일도 빨리빨리, 화장실 가는 것도 빨리빨리, 점심 먹는 것도 빨리빨리, 이를 닦는 것도 빨리빨리. 모든 게 빨리빨리 돌아가는 속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일만 한다. 작업장에서는 일하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얘기하면 떠든다고 뭐라 하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얘기할 시간이 마땅치 않으니까 서로 안면은 있어도 이름까지는 모르죠. 일을 한군데서만 하는 게 아니고 이쪽에 가서 했다가 저쪽에 가서 했다가 하니까요.”
함께 일해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서로 알고 친해질 기회가 없다. 오래 일한 정규직 직원들을 빼고는. 그러다보니 같은 노동자지만 서로 차갑게 대하는 일도 있다. 자신이 힘드니 다른 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다들 자기 일만 하고,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없어요. 처음엔 텃새가 심했어요. 자기들이 오래 다녔으니까 좋게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고 가르쳐 줘야 하는데 되게 쌀쌀맞은 말투로 말해요. 우리가 어느 자리가 어떤 공정인지 잘 모르잖아요. 그러면 오래 일한 사람한테 물어보잖아요.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전압검사’라고 해서 찾아다니며 그 자리가 어디냐고 물으면 ‘몰라요’ 그래요. 제대로 안 가르쳐주니까 의자 끌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