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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집-여행가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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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책의 페이지들을 찢어 모으는 이유는 “같은 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남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진 페이지를 찾아 남자에게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은 각각 책제목으로 된 이름이 부여된다. ‘오렌지’, ‘성공’, ‘현대사회’ 등이 연락해 왔지만 흥미롭게도 이 사태를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가 다르다. 하지만 진정 기다리던 그녀는 연락하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에게 수집되지 않는다.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는 ‘나’의 하루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한 방법이다. 편지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환 행위라면 ‘오지 않는 답장’은 내가 누군가에게 ‘누락’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누락의 고통. (…) 나는 그렇게 낙오된다.(장은진,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럼에도 수집-여행가에게 “여행은 내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 한 방법이고, 말을 통해 점점 강해지기 위한 강구책 중의 하나이며, 세상과 부딪쳐보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다.” 수집-여행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번호를 부여한다.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나’와 여행하면서 자기가 쓴 책을 팔러 다니는 소설가 751 등등. 그러나 세상에는 명확한 숫자를 붙일 수 없는 사람들이 산다. “그들은 숫자로 명명될 수 없을 것이고, 또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수집-여행가에게 ‘숫자’는 알 수 없는 타인과 세계를 하나씩 세어서 기억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모든 것이 ‘숫자’로 통하는 이 거대한 도시의 삶을 살피기 위해 ‘그녀’가 실험의 대상이 된다. 장은진의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전기를 먹고 사는 그녀를 통해서 이 세계가 어떤 곳이며, 나아가 이곳은 과연 살 만한 곳인지를 묻는다. 전기를 먹고 사는 ‘그녀’는 거대한 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한 남자의 집에 몰래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고지서에 찍힌 ‘숫자’ 때문에 그 존재가 밝혀진다. 열쇠공인 가난한 ‘나’는 그녀 제이를,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게 쉽다’고 생각하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돈이 많은 친구 케이에게 데려간다. 케이와 나는 ‘숲’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아주기로 한다.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16-117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1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