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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 자체를 지우려는 실험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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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는 세상에서 붉은 색이 사라지자 찾아온 무질서와 혼란을 질서로 되돌리기 위해서 몸 안에 축적된 붉은 색을 뱉어 내는 법을 강구한다. 그들이 삼켜서 축적한 붉은 색을 내뱉는 방식으로 소비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인간을 붉게 만들어” “다름이 사라진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야심찬 기획을 펼친다. 붉은 색을 삼켜 모든 체계의 혼란을 시도한 다음, 그 모든 체계를 다시 붉은 색으로 물들여서 체계를 이루는 차이 자체를 지우려는 실험이다. 김희진에게 수집은 사라짐과 되돌아옴, 삼킴과 내뱉음의 반복을 따라 축적과 소비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한 실험이다. 앞서 읽은 것처럼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세계의 일부를 삼킨다, 아니 수집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진 이후의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한다. 삼킨 모든 것, 아니 수집된 모든 것을 내뱉는다. 차이가 없는 세상이 된다. 축적과 소비를 일치시켰을 때 새로운 질서로 된 세계가 재구성된다. 이것은 축적과 소비의 자본주의적 삶의 형태를 전도시키는 방식으로 보여준 ‘평등’사회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김희진의 수집은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수집을 하는 사람과는 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원리가 뭔지 알아요? 인간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개발해 파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수집은 아주 가까운 미래, 혹은 아주 먼 미래의 상품 개발에 필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는 거죠.”(김희진, <<옷의 시간들>>) 장은진의 소설에 등장하는 키친, 요리, 냉장고, 방, 집, 여행, 편지, 모텔 등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실험 도구들이다. 더 적극적인 소통을 꿈꾸는 수집가는 장은진의 <페이지들>에 등장하는 남자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하청공장을 십 년째 다니고 있는 노동자다. 지루한 노동과 기계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나’는 “어떤 사고(思考)도 필요치 않”는 기계 앞에서 편안하고 허무하지만 “반복이 파괴라는 걸 깨달은 순간 책이 읽고 싶어졌다.” 남자가 하는 일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 하거나 중요한 책 페이지를 찢고, 그 자리에 페이지를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는 일이다.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15-116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1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