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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들과 함께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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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직선적 흐름이 무너지는 가운데, 역사는 죽은 자들과 함께 지금 여기로 되돌아온다. 전쟁과 학살의 기억은 망각을 알지 못하고 되풀이된다. 떠도는 오월의 먼지는 베트남 전쟁의 “그 숲과 어둠”으로 내려앉는다.(정용준, <위대한 용사에게>) 증오와 허무, 낮과 밤이 영원히 반복되는 ‘허공’에서 ‘나’는 이곳과 저곳을 겹쳐 본다. 옛날의 일은 늘 오늘의 일처럼 생생하고 이곳의 풍경과 저곳의 풍경은 늘 겹쳐 있다. (…) 낮에는 지면을 비추는 태양처럼 증오심이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밤에는 그 열기가 모두 식고 지독하게 허무해진다. 그리고 반복된다. 끝이 없기에 이 반복은 영원하다. 젖은 몸은 마르지 않고 나는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상태로 영원히 떠 있다. 허공은 내 무덤이고, 내 집이며, 내 기억의 모든 것이다. (정용준, <위대한 용사에게>) 허공 속의 ‘나’는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기에 과거와 미래가 없고 육체가 없기에 공간에 갇히지 않는”, “망각을 알지 못하기에 희미해지는 기억도 없고 바뀌고 변화하는 생각도 없”는 무엇, “감각은 언제나 같은 크기와 동일한 느낌으로 항상 되풀이되며 반복”되는 상태, 그렇게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상태로 영원히 떠 있”는 ‘나’는 저 먼 이국에서 어머니와 베트콩을 학살한 자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은 바로 ‘아버지’.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07-108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0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