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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인간 혹은 반인간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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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와 ‘세계’는 동시에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 된다. 이들의 몸에는 세계 전체와 대결하려는 반란군의 피가 흐른다. 이들의 표정은 동물도 식물도 인간도 아닌 ‘비인간’이거나 ‘반인간’의 그것에 가깝게 보인다. 이것은 인간이 아니다. 이들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취향’의 문제라 할지라도, “의도치 않게 나를 공격하고 있”는 세계를 향해 “충분히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수진,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자기 파괴적인 은둔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증오, 세계 전체를 향한 테러가 비단 소설 속의 인물들의 병리적 증상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설 속의 문장들은 우리 시대에 대한 어두운 진단서와 다름없다. 수집가에게 세계를 다시 쓰는 일은 어두운 지옥과 같은 현실을 견디기 위한 과정이다. 만약 이들에게서 혁명의 단서를 기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전 세대가 보여준 저항적 분노와 연대가 아니라 세계에 흡수되길 거절하면서 세계로부터 망명을 자처하는 원심력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이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고, 아무 것이나 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하지 않다”는 말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명령에 대한 저항이자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다. 이 모든 것들은 세계를 추방하라 혹은 세계를 추방하자는 명령적 선언의 어조가 아니라 ‘세계를 추방합니까’라는 무심한 어조로 전개된다.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02-103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0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