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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차별적 분노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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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소설에서 두드러지는 “무차별적 분노”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문제는 증오, 원한, 복수, 유머 등을 동반한 그 분노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를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증상의 근원을 말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어떤 특정한 상황의 문제인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세계가 문제적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슬픔과 증오가 뒤섞인 채로 그 대상은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이들은 가족, 이웃, 일상, 기억, 역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소설의 재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분석하고 해석한다. 이들에게 수집은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사물과 인간, 세계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과 섬세한 진단이 동반된다. 세계는 “물컹물컹한 증오들로 이루어진 세계 (…) 견고하고 거대한 증오들일 뿐.”(손홍규, <증오의 기원>)인 곳이다.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그냥 일어나버린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재앙”(정용준, <어느 날 갑자기 K에게>)과 같이, 문제는 그 거대한 증오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명확하게 감지되는 않는 세계 속에서 고통과 환멸을 호소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를 사랑할 수 없는 자들은 세계를 파괴시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바깥으로 향하던 파괴의 의지가 좌절되었을 때 그 힘은 스스로를 겨냥한다. 적절한 출구를 찾지 못한 증오는 쓸쓸하고, 외롭고, 무기력한 무의지적 상태와 결합한다. 어떤 은둔자에게 고립은 “사회와 인간을 더 이상 증오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감추는 것. 세상을 피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한 또 다른 도전이자 애정(장은진, <<앨리스의 생활방식>>)으로 정당화된다. 쓸쓸함과 무기력, 원한과 증오는 세계를 사유하는 태도의 하나로 수용된다. “신자유주의의 병폐는 부(富)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슬픔과 기쁨 따위의 감정에도, 건강에도, 온갖 동식물과 사물들에도, 심지어 글자에도 있었다.”(김희진, <읽어 주지 않는 책>)  
 
한순미, <어두운 시대를 향한 반란>,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01-102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0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