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공감적 치유와 자기 초월이 상호작용해야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나는 이런 공감적 치유와 자기 초월이 상호작용해야 하며, 희생자들의 자기초월은 사회적 인정과 그에 합당한 제도적 조치들이 이루어질 때 완성된다고 본다. 이것을 슬픔과 연결시킨다면, 역사구조적 힘에 의해 삼켜진 슬픔은 적절한 방식으로 애도mourning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과거와의 화해이다. 그러나 한국전쟁기에 학살당한 한센병자들이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들처럼, 20세기 한국의 지속적인 상처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충분하지 않고,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제적으로도 도덕적 공동체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모든 역사적 트라우마나 감성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치유나 초월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20세기 한국사회에서 사회변동은 매우 역동적이었으며 속도도 빨랐다. 그런 만큼 극적인 사회이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의 고난과 관련하여 계급적 상승이동은 자주 고백의 대상이 되지만, 신분적 상승이동은 거의 고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신분적 기원에 관련된 트라우마는 매우 심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는 5ㆍ18 광주민중항쟁 국회 청문회를 시작으로 하여 각종 국가폭력에 의한 시민 학살과 각종 피해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 작업을 해왔다. 멀리 동학혁명 명예회복으로부터 친일 반민족행위,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4ㆍ3사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권위주의 시기의 각종 인권침해사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사건들은 모두 20세기 한국인들의 사회적 슬픔이라는 감성을 만들어낸 대규모 상실과 좌절의 구체적 계기들을 제공하였다. 이와 반대로 ‘진실과 화해’로 대변되는 국가적 사회적 프로젝트들은 이들이 겪은 고난과 슬픔에 공감하고 이행기 정의를 확립하기 위한 방법들이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국가권력에 의해 묻힌 진실 규명, 법적 책임을 묻는 처벌, 피해에 대한 경제적 보상,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교육 등의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고난을 겪고 희생당한 자들의 슬픔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는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여기에는 역사적 시간의 거리, 계급적 문화적 간극, 그리고 사회적 감성의 차이 등이 가로놓여 있다. 
 
정근식,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3-34쪽.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3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