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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동적 사회사상으로부터 과연 우리는 자유로운가?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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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일베의 이념적 정체성 유무를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혹은 진보 대 보수라는 헐거운 이분법을 사이에 두고 그들을 극우보수라고 분류해 봐야 별 소득 없는 짓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진보 또는 보수라는 용어는 심각한 의미의 과잉(혹은 결핍)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다단한 현실의 미세한 측면들을 톺아보기에는 너무 거칠거나 무디다. 아울러 그들이 과연 자신들의 제1원칙 곧 ‘친목하지 말자’라는 원칙을 깨고 조만간 오프라인화 될 것인지의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일본의 넷우익 ‘재일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재특회)’과 같은 형태를 그들이 답습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말이다. 대신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일베 류의 반역적 정서를 일거에 빨아들일만한 반동적 사회사상이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다. 한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은 우리 사회가 그러한 반동적 사상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증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현재 한국 사회의 현주소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은 생략하기로 한다. 아무튼 단적으로 말해 한국 사회는 증오사회이고, 우리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양도할 메시아(혹은 리바이어던)를 늘 열망하는 만큼 종말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예민함과 둔감함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사이, 우리는 광기와 흡사한 허무주의적 열정에 넋을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억눌렸을 때 우리는 스스로 어떤 사람보다는 못하지만 어떤 사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세상의 어떤 비천한 인간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는 세상 전체를 증오하며, 우주만물을 향해 자기 안의 분노를 터뜨린다. 좌절한 사람은 행운아가 쇠락하고 고결한 자가 망신당하는 것을 볼 때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그들은 누군가의 완전한 몰락에서 만인에 대한 형제애 같은 것을 느낀다. 혼돈은, 무덤이 그러하듯, 평등의 정박소다. 어디엔가 틀림없이 새 인생과 새 질서가 있다는 뜨거운 신념에 불을 지르는 것은 옛것이 철저히 무너져야만 새것이 건설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천년왕국을 향한 아우성은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증오, 세계의 종말에 대한 갈망이다. (에릭 호퍼, 이민아 옮김,<<맹신자들>>)  
 
정명중, <증오사회>,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96-98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9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