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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의 출현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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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집단적 무기력증(다른 말로, 수동성) 그리고 소비주의가 부추기는 박탈감과 피해의식, 거기에다 증오의 감정이 뒤엉키면서 그것이 각종 사회병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 병리 현상은 관계성의 파탄과 관계 맺기 일반에 대한 혐오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이다. 그래서 ‘일베’와 같은 괴물의 출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베란 극우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약칭이다. 진보 혐오, 특정 지역 혐오, 여성 혐오, 외국인(소수자)혐오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일베 사이트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골칫거리이다. 진즉에 일베 현상에 대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진단하고 비판해온 터다. 따라서 굳이 이 자리에서 일베를 운운하는 것은 견강부회일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이 일베 신드롬에 내재된, 이른바 도착적인 앙갚음의 정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 일베 회원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민주정부 10년(1997~2007년), 곧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에 학창시절과 청년기를 보냈던 이들이다. 외환위기를 겪고 난 김대중 정부 초기 무렵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전 사회적 영역으로 확산됐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 삶의 질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한경쟁의 이념이 시대의 대세로 혹은 모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소수의 기득권층을 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생존 그 자체가 의문시되는 비참한 수준의 삶을 떠안아야만 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진 가운데, 사람들의 뇌리에 불안과 초조 그리고 체념과 냉소가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사회적 불행과 부조리의 책임을 순전히 김대중 또는 노무현 정부 탓으로만 돌려버린다면 그 당사자들에게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특히나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가공할 만한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불안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 단위에만 그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좌절감은 실망을 넘어 극심한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진보적 가치나 이념 일반에 대한 피로증후군이 진보 세력을 향한 극단적 혐오감으로 전이되고 말았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다. 아무튼 일베 현상을 지탱하는 감정은 다름 아닌 이 좌절감과 배신감이다.  
 
정명중, <증오사회>,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91-93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9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