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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이곳에 있고 저곳에 없는가?”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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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의 내면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그들을 압도하지 싶다. “나는 왜 이곳에 있고 저곳에 있지 않나?” 물론 위의 물음은 파스칼의 것이다. 그리고 특정 공간의 이곳과 저곳이 비교될 수 있다고(혹은 교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근대적 균질공간과 관련한 존재론적 물음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포스트 모던한 사회에서 위의 물음을 박탈당한 자들의 선망과 증오의 감정을 단적으로 집약해주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하긴 어떻게 해도 소비의 삶으로부터 배제된 ‘이곳’과 소비의 삶이 열린 ‘저곳’이 등치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소비사회에서 소비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스스로 난민이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곳과 저곳이 등치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그 가정조차 완전히 무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선망의 감정은 오히려 더 강렬한 것이 된다. 이때 선망은 일상적인 질투나 시기의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파괴적인 원한이나 증오의 감정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망은 자신이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갈망의 감정이다. 선망하는 자의 내면에 “자신을 결과적으로 피해자로 만드는 대상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잠재돼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우월한 자에 대한 선망은 그에 대한 증오의 감정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여기서 심각한 것은 “막연하게나마 주위의 모든 사람은 다 우월한데, 오직 자신만은 열등하다고 단정해버리는 강렬한 피해의식”이 선망의 감정과 뒤섞였을 때다. 만약 그렇게 되면 선망은 증오의 감정으로 돌변할테고, 동시에 “증오의 에너지는 증폭되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으로 전이될”(정명중, 「길 없는 청춘들의 서사」) 위험성을 늘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늘어나는 묻지 마 범죄 혹은 증오범죄의 형태가 그 증거다.  
 
정명중, <증오사회>,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90-91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9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