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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은 없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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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의 또는 소비자 사회라고 말할 때의 소비란 돈을 내서 먹고, 마시고, 입고, 놀고 하는 등의 욕구나 욕망을 만족시킨다는 일상적인 의미의 그것이 아니다. 포스트모던 단계에서 소비주의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아울러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린 지배적인 힘이자 패러다임이다. 여기서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바우만의 말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 ‘소비주의’라는 용어는 무엇보다도 소비의 행위를 어마어마하게 의제를 설정하고 패턴을 결정하는 수준까지 올려놓고 있다. 말하자면, 상품-고객의 관계라는 패턴을 인간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까지도 주형해내고 있는 것이다. (…) 쾌락-만족-능력이라는 관계설정은 사물의 효용성을 위한 유일한 척도이다. 우리는 취득한 소비의 대상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쾌락-용량이 모두 소진되거나 시장에 나타난 다른 대상보다 쾌락의 가능성이 떨어지는 순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 소비의 대상을 폐기해버린다. (…)”(<<경향신문>>, 2012. 12. 31.) 요컨대 소비주의란 상품-고객이라는 관계 패턴을 사회의 전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쾌락-만족-능력이라는 유일한 사회적 척도 안에서 상품의 소비나 폐기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물론 윤리적인 것과도 관련이 멀다. 소비자들의 유일한 관건은 욕구의 지체 없는, 곧 즉각적인 충족뿐이다. 따라서 근대적 의미의, 이른바 공론의 장에서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던 시민은 이제 없다고 말해도 상관없다. 그 자리를 소비자가 대신한다. 소비자들에게 항구적인 정체성은 미덕이 아니다. 정체성 대신에 몸 가벼움과 유연성이 권장된다. 그들은 “어떤 틀 안에 갇히지 않는” 자들이다. 그리고 “꾸준히 새로운 유혹에 노출되어서 늘 욕망하는 상태여야 하고, 절대로 자극에 무덤덤해서는 안 되며, (…) 의심과 불만의 상태를 유지해야”(지그문트 바우만, 이수영 옮김,<<새로운 빈곤>>)하는 존재이다.  
 
정명중, <증오사회>,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85-86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8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