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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력증과 불가지론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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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거대서사 운운하는 것은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꼴이다. 한데 문제는 어느 사이에 거대서사에 의탁한 사회적 전망과 프로그램은 모조리 억압이라는 등식이 절대화 됐다는 점이다. 대신 오직 미시적인 것만이 윤리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식의 꽤 수상한 강박이 이 시대를 점령하고 있다. 그 까닭에 차이, 이질성, 타자를 그저(심드렁하게) 또는 습관적으로 외치기만 해도 해방적이라는 안이한 정치적 인식이 오늘날 만연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간 우리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거대한 유사성이나 동일성에 눈감아버린 것은 아닌가? 차이나 이질성 그 자체에 매몰된 나머지 사회 변혁에 대한 전망을 노골적으로 폐기처분해버리지 않았는가? 이를테면 우리는 목욕물을 버린다는 핑계로 아이까지 버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성찰할 때이다.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 대신에 심각한 사회적 무기력증이, 그리고 상호 연관 속에서 세계를 전체로서 파악할 수 있다는 이념 대신에 의도적인 불가지론이 우리 시대를 압도하고 있다. 더불어 무기력과 불가지의 시대를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형태의 더 강력한(우리가 이미 폐기처분해버린 것보다 더 지독한) 거대서사가 장악해 버렸다. 그 거대서사의 이름은 바로 소비주의이다. 이 소비주의와 함께 반지성주의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반감이나 앙갚음의 정서가 우리 사회를 온통 휘젓고 있다.  
 
정명중, <증오사회>,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84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8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