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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가진 조리개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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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이 살았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주화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이때 민주화란 절차상의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온전한’ 민주주의 사회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소시민의 뼈아픈 자기 각성으로 우리가 덜 신경질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투로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공허하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야 한다. 우리는 과도하게 예민하거나 혹은 둔감하다. 아니, 다음처럼 바꿔 말해야지 싶다. 우리는 지나치게 예민한 탓에 둔감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둔감한 탓에 예민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하여간 감정의 조리개라고 부를만한 정신의 어떤 기제가 망가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는 예민해야 할 때 둔감하고, 둔감해야 할 때는 정작 예민할 리 없다. 예민함과 둔감함 사이에 지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의 계기를 개입시킬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말초적이며 즉물적인 심리 상태 그리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충동으로 옮아갈 윤리적 무감각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무사회(無社會) 상태임을, 게다가 공통적인 것the common이 자취를 감추고 있음을 알리는 비상 신호다. 이 진자 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 같은 양심적 지식인들이 아무리 비장하게 분노하라고 외쳐도, 사람들이 예민함과 둔감함의 두 극점을 왕래하는 한 분노는 결코 분노의 형태로 번역(변환)되지 않을 것이다. 필시 분노는 ‘사회적 감성’이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명중, <증오사회>,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81-82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8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