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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과 특권, 검찰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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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권위주의의 폐해를 말한다면,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역대 검찰 총장들은 인사청문회 때마다 “검찰개혁”과 “정치중립”을 약속했지만, 그것은 매번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연과 학연에 따른 인사색깔은 수시로 바뀌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 대구‧경북 출신 검사들이, 김영삼 정부 때 부산‧경남 출신 검사들이, 김대중 정부 때 호남 출신 검사들이 검찰조직의 수뇌부를 차지했다. 그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내비치며 학연과 지연 중심의 인사시스템을 바꾸려고 애썼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에게 정치로부터 독립을 보장해 주면서 정치로부터 중립의 태도를 기대했다. 하지만 권력에 줄을 대고 검찰조직의 요직을 차지하는 관행에 익숙한 검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검찰 개혁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와서 다시 대구‧경북 출신 검사들이 부활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검찰은 사회정의의 수호자라기보다는 정권의 수호자를 자처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검찰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인권을 보호하며, 피해를 구제하는 국가기관으로 국가와 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중추기관으로 법과 질서의 확립을 위한 최고 법 집행기관입니다. 과연 검찰 스스로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검찰이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법과 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난 정부에서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정치 검사, 그리고 이러한 검찰에 오명을 남긴 검사를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 지도 검사와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는 감찰 제도의 부조리, 검찰 총장에게 검찰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라고 종용했던 일부 평검사 회의의 뻔뻔함은 검찰 조직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이 제아무리 부패와 비리 혐의가 분명할지라도, 시민단체의 고발이 빗발치더라도 못 본 척 지나쳐 버리곤 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중형이 선고되더라도 형집행 정지를 통해 피고인을 석방시키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재벌 총수를 석방시켰다. 그러나 자신의 목적에 위배하는 검찰 조직의 역설을 비판하는 검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검찰이 형사사법권을 정치권력에 양도함으로써 정치 검찰로 변질될 수 있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던 것은 다름 아닌 박정희 정부였다. 박정희 정부는 영장 신청권, 수사권, 기소권 그리고 형사사법권을 검찰에 독점시킴으로써 무소불의의 권력을 검찰에 안겨 주었다. 그것은 검찰의 독립을 위한 절차가 아닌, 군사 쿠데타 정부의 부당한 권력을 법의 이름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와 같이 검찰은 한편으로 정치적 권위주의에 기생하고 종속되는 방식으로, 다른 한편으로 사법시험과 사법연수를 통과했다는 선민의식, 준사법기관이라는 특권의식, 승진을 향한 치열한 경쟁의식과 엄격한 상명하복 체제를 확고히 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유지해왔다.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은 이미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해 버렸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세울 정도로 그 권력이 거대해져 버렸다. 검찰 조직이 속한 행정부의 수장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었다. 너무도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며, 지역 중심으로 뭉쳐 있었다. 개탄스러웠다. 권력에 굴종하다가 약해지면 물어뜯었다. 나라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검찰 조직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기회주의가 혁파되지 않는 한 사회정의는 불가능하다. 검찰 개혁이 검찰 자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금까지 보여 준 것처럼 자신의 권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검찰 개혁을 정치권에 맡긴다는 것도 안심할 수 없다. 2000년 이래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전체 국회의원 정수의 7~10% 비중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김기성, <조직의 역설>,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70-73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7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