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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사나이>, 일상의 병영화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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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육군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진짜 사나이>는 7명의 연예인들이 실제 군에 입대해서 병영생활을 체험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리얼하게 보여준다. 매주 일요일 밤 전체 국민 중 사분의 일은 <진짜 사나이>를 시청하면서 지난 군생활을 추억하거나 병영문화를 간접 체험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동작 그만>과 2012년 <푸른 거탑>이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기는 군조직의 선임병과 후임병, 간부와 사병 사이의 불합리한 인간관계를 극화시켜서 웃음을 자아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에 비해 <진짜 사나이>는 2013년 군대 훈련과 군대 용어 그리고 군대 문화 전반을 웃고 즐기면서 친근한 일상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리얼 예능프로그램이다. <진짜 사나이>의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극한 상황 속에서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드러낼 때 웃고 감동한다. 그들은 잠과 사투를 벌이며 40시간 무박 훈련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의 고통스런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동병상련을 느끼며 일주일 동안 고단한 삶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그들은 어쩌면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 속에서 고립되고 원자화된 불안한 심리를 이겨내기 위해 <진짜 사나이>를 시청하면서 “하면 된다”는 정신을 주입하고 있는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군조직은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혹독한 훈련과 살벌한 군기를 요구한다. 훈련과 군기 앞에서 사병의 인격과 개성은 철저하게 묵살되고, 사병은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소모품’으로 개조된다. 병영 밖의 ‘방위’, ‘공익’, ‘면제’는 진짜 사나이가 아니다. “현역” 중에서도 “하면 된다”는 무모한 정신이 골수에 박힌 남자라야 진짜 사나이다. 바로 이것이 병영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에게 반복적으로 주입하고자 하는 <진짜 사나이>의 핵심적인 내용이 아닐까? <미생>, 해병대 병영체험 캠프, <진짜 사나이>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집단무의식은 다름 아닌 “하면 된다”는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적 권위주의다. 두 권위주의의 첫 번째 합작품이 1970년 경부고속도로였다면, 두 번째 합작품은 2008년 ‘4대강 정비 사업’이었다. 이러한 합작품들의 리더가 바로 <진짜 사나이>의 모델일 것이다. 우리가 <진짜 사나이>를 시청하면서 감동받고 웃고 즐기는 동안 경부고속도로는 계속해서 깔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개인의 정신과 신체에 말이다.  
 
김기성, <조직의 역설>,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69-70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6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