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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을 위해서라고?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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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8일 오후 5시경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사설 해병대 병영캠프 참사 사건이 발생했다. 캠프에 참여했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남학생 5명이 숨졌다. 병영체험 캠프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이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특별활동‧재량활동 등 교과 외 영역들을 합쳐 도입한 교육과정이다. 이 과정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개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신장하고, 자율적인 생활 자세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동체 의식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자질 함양을 지향하는 교육과정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세계 시민 육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목표는 매우 흥미롭게도 칸트의 두 편의 소논문 <계몽이란 무엇인가>와 <세계 시민적 의도에서 본 한 가지 보편사의 이념>을 압축적으로 잘 요약하고 있다. 칸트에 따르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행위는 타인의 명령이나 지도 없이 주체 스스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올바르게 행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휘자의 명령에 대한 절대복종을 요구하는 군조직의 병영체험이 학생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키우는 활동일 수 있을까? 상식적인 수준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병영체험 캠프의 목표와 실제가 모순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초‧중‧고등학생에게 해병대 병영체험 캠프를 조직하고 독려하는 관계자들은 캠프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함양하는 데 있다. 둘째, 청소년들의 정신력을 강화하고 올바른 인성을 교육시키는 데 있다. 셋째, 단체생활에서 중요한 배려심과 도전정신, 끈기와 자신감을 기르는 데 있다. 넷째, 부모님뿐만 아니라 평소에 너무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이 열거된 목적들이 과연 병영체험 캠프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을까? 캠프 교육과정의 내용을 보자면, 내무반, 총검술, 각개전투, 유격훈련 및 행군훈련, 화생방훈련, 비무장지대 유적지 투어, 통일안보교육, 군장체험, 담력 훈련, 경계근무체험 등, 실제 병영생활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과정이 대한민국 <교육기본법>의 이념, 즉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하는 이념과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오히려 그것은 지휘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극기 훈련이자 굴종 훈련이지 않을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권위주의를 내면화하는 훈련이지 않을까? 학교와 학부모가 해병대 병영체험 캠프를 통해서 기대하는 바는 아이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입시경쟁과 학교폭력의 중압감을 꿋꿋이 버텨내고 교사의 지도에 무조건 복종함으로써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캠프의 실체는 학생의 정체성이 공부개미라는 사실을 체화하는 훈련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하면 된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하지마! 눈앞의 것만 봐! 공부개미가 꿈을 꾸는 순간, SKY는 쫑나는 거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훈련인 것이다. 이러한 훈련으로 인해 아이들의 감성이 훼손되고 왜곡되면서, 급기야 권위주의적 감성으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학교와 학부모는 알고 있을까? 해병대 병영체험 캠프는 비단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학생, 직장인, 국가대표 선수, 외국인, 시‧도의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캠프에 참여한다. 그만큼 캠프 참가 접수경쟁 또한 치열하다. 더구나 군대문화는 TV 매체를 통해 우리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식되고 있다. 요즘 일요일 TV 시청률 1위인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김기성, <조직의 역설>,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66-68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6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