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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은 조직의 수단이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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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더 이상 조직의 주체가 아니다. 개인은 조직의 객체, 즉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누군가 개인을 조직의 주체라고 추켜세우지만, 그 개인의 공(功)은 정작 조직의 누군가에게로 돌아간다. <미생>에서 박과장의 독백이 바로 그러한 것을 꼬집고 있다. “재미없네 시발. 돈은 니들이 다 쳐먹고… 난 월급이나 받아가면, 땡이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임금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CEO와 같은 고위 경영자의 금전적 보상이 직원의 최저 임금의 2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 드러커의 기준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고위 경영자의 연봉 상한액은 비정규직 평균 연봉 1,551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3억 1,025만원이고, 정규직 평균 연봉 3,814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7억 6,276만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4대 그룹 중 한 곳에서 일했던 전직 부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그룹 총수가 받는 연봉은 40억원이 넘는다. 정규직 평균 연봉의 무려 100배에 이르는 액수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가 자국의 상황에 맞게 “임원보수 적정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임원 보수 공시조차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임원 보수 공시를 강하게 반대했다. “직장 내 위화감 조성”, “노사갈등 심화” 등이 그 이유다. 대한민국에서 그룹 총수의 연봉은 얼마인지 알 수도 없고, 얼마를 받든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미생>을 통해서 엿본 회사 조직은 더 이상 개인의 자기유지와 자기실현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 자체가 목적이고, 개인은 이러한 목적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러한 전도현상은 집단적으로 생산된 잉여가치를 소수가 점유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직의 역설이다. 조직의 역설은 조직의 양적 성장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다시 말해서 조직이 체계적이고 자립적이며 그리고 폐쇄적이 되었을 때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 즉 정치, 경제, 행정, 문화, 종교 그리고 교육 등의 영역들 안에서 조직의 역설이 발견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만연된 개인의 “워커홀릭” 현상이 그것을 증명한다. 워커홀릭에 빠진 개인은 자기 자신이 조직의 역설을 무의식적으로 재생산하면서 강화‧확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조직의 역설은 역사적으로 유전되고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개인의 신체 메커니즘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가지 계기를 꼽자면, 한국 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집단무의식에 뿌리 깊게 박힌 권위주의다. 우리는 권위주의라는 뿌리를 파헤쳐 들춰낼 수 있을 때, 조직의 역설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고, 해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성, <조직의 역설>,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63-65쪽.  
ㅊ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6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