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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안의 비체, 이주민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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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라스는 몸의 비체abjection가 갖고 있는 양가성을 말하면서 주변부의 위험성에 대해 말한다. 다시 말해 중심에 의해 밀려난 타자이지만, 중심의 불안은 바로 이 타자들에 의해 비롯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논리로 우리 사회의 주변인, 우리 안의 타자, 이주민들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사연은 앞에서 확인했듯이 한마디로 눈물젖은 손수건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이동은 애시당초 신자유주의 경제적 질서에 의한 또 다른 형태의 강요된 이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주의 경로는 이주지에서 다시 계층적·계급적 불평등의 질서를 생산해 내고, 포섭과 배제의 정치를 작동시킨다. “불안과 초조”의 공간 속에서 이들의 서사가 파국을 향하는 동안,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이방인들, 그들과의 연대는 파멸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집을 뛰쳐나와 오갈 데 없는 해화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며 다독거려주는 시장에서 만난 조선족 아주머니, “무뚝뚝하고 냉랭했지만, 냉랭함 속의 감출 수 없는 따스함”을 지니고 있던 조선족 약장수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미역국은 해화의 파멸을 지연시킨다. 이명랑은 <<나의 이복형제들>>에서 영등포 시장바닥에 한국으로 시집온 조선족 여성과 인도에서 온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놓는다. 남편에게 맞아 “고막이 터지거나 머리가 깨어지는” 다방 종업원 ‘머저리’나 저임금에 착취당하면서 상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인도에서 온 노동자 ‘깜뎅이’가 이들이다. 이미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있는 ‘깜뎅이’나 ‘머저리’의 호칭에서 이들이 주변부적 기호임을 증명한다. 주변적인 존재에 배치되어 있는 머저리와 깜뎅이(경계의 자리)는 우리 사회체제 안의 비체로 볼 수 있다. 경계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오히려 체제 내에 길들여지지 않은 목소리를 전유하여, 그들을 쫓아내었던 안의 세계를 응시한다. 이들의 응시는 중심의 지축을 불안하게 만든다. 허구헌날 맞아 멍들고, 그래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어 보이는 머저리의 서사는 울거나 죽거나의 그녀들과 동일한 서사적 행보 위에 놓여있지 않다. 영등포 시장의 머저리는 더 이상 눈물의 수동성을 수락하지 않는다.  
 
문재원, <이주의 유령>,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13-114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1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