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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스러운 몸짓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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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의 전면에 서서 여론을 이끌고 민주주의라는 성스러운 제단에 생명을 바친 이들이 지식인이었다. 지식인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현재의 기준에 따르면 대학교수, 종교지도자, 언론 출판 종사자를 가리킨다 할 수 있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 대학생은 지식인의 범주에 포함시켜도 될 성 싶다. 왜냐하면 당시 대학생들은 늘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서 있었으며,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동양의 전통에서 지식인은 궁극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생명과 이익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신념과 실천력을 지녀야 했다. 공자는 “뜻있는 선비와 어진 사람은 살기 위하여 어진 덕을 해치지 않고 목숨을 버려서라도 어진 덕을 이룬다”라고 말했다. 자장은 “선비는 위태로움을 당하여 생명을 바치고 이익을 얻게 될 때에는 의로움을 생각한다”고 했다. 맹자는 자신의 생명이 아무리 소중하더라도 보다 근원적인 가치가 기준인 의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했다. 중국 송나라 때의 범중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대부는 관직에 있을 때에는 백성의 일을 걱정하고 재야에 있을 때에는 군주의 일을 걱정한다. 나아가서도 근심하고 물러나서도 근심하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언제 즐거워한다는 말인가? 천하의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보다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사람들이 즐거워한 후에야 즐거워하는 것이다”. 국가의 엘리트는 일신의 영화와 안녕보다는 늘 나라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백성의 평화스러운 삶을 위해서 항상 염려하고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지식인들은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밝혀주는 양심으로서 고난과 시련을 감당할 수 있는 불굴의 용기를 갖추어야 했다. “지식인은 구체적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가치규범을 지키기 위해 서릿발처럼 엄격한 비판의식을 발휘했으며, 정당성을 천명하고 이를 수호하기 위해 부당하고 불법적인 사태를 철저히 비판했다. 지식인은 곧 한 사회의 정당함과 의로움을 지키기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우는 비판정신과 저항정신을 발휘하는 정의의 수호자인 셈이다”(금장태, <<한국의 선비와 선비정신>>). 그러나 구체적인 현실에 직면하여 지식인의 몸짓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장준하에 따르면, 포악한 집권자들은 지배를 완전히 확립하였다는 과신에서 지극히 오만하게 군림했다. 총검 앞에 무력한 지성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 현실에 대해 무관심이나 무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연명을 꾀했다. 그들은 현실에 대한 그지없는 혐오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국민은 지식인에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가부를 확실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본래 지식인이란 단순한 생활인이 아니라 명확한 판단에 따라 결단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장준하문집-사상계지 수난사>>).  
 
김창규, <지식인의 분노와 부끄러움>,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41-243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4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