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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동역학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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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한국 사회는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상당한 정도의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당시 6월의 민주항쟁은 정치적 민주화를 성취하기 위한 몸짓이었다. 시민들은 공권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민주적 시민의식이 고양되었으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다면 이 승리를 가능하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분노란 ‘화를 내는 것’이다. 영어로는 ‘anger’, ‘rage’, ‘fury’로 번역할 수 있다. 사람은 누가 나에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하면 슬픔에 잠기며, 간혹 이에 대한 응징을 하게 된다. 따라서 분노는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상대를 응징하고자 하는 감정이다. 서양의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나 자신이나 나의 친구들이 부당하게 당한 분명한 무시에 대한 분명한 복수를 가하려는 고통스런 욕구”를 분노라고 정의했다. 곧 부당한 무시에 대한 복수 의지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분노의 의미이다. 무시나 경멸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분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분노는 인간 존엄에 대한 손상에서 발생한다 할 수 있다. 반대로 분노가 시기나 증오하는 감정과 행위일 때는 반사회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람이 권력자가 될 경우 히틀러, 폴 포트, 빈 라덴, 부시처럼 신‧도덕적 심판‧국가의 명예 등 고상한 이름으로 분노를 엉뚱한 타자에게 전치‧투사하고 행동화하기 쉽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황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쟁과 테러를 유발하여 엄청난 희생을 치르곤 했다. 이렇듯 분노는 인간존엄의 유지와 파괴라는 상반된 감정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존엄의 상징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한국의 역사에서 고려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수용되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엄격한 유교적 전통에 따라,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판을 받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유로운 정서 표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중시되고 있다(이상은 <<인간연구>> 제19호 참조). 정당한 분노는 사회와 역사발전의 동력이 되곤 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1960~1980년대 우리는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다. 폭압적 정치권력과 이에 빌붙은 자본주의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4‧19는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의 출발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대중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최초로 성공을 거둔 역사적 사건인 4‧19혁명은 자유당 독재에 대한 공분이었다. 이어지는 1960~70년대 각종의 압제에 대한 저항, 1980년의 광주항쟁 그리고 이어진 각종 민주화운동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창규, <지식인의 분노와 부끄러움>,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39-241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3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