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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를 넘어서 성찰로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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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다룬 세편의 영화들은 하나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인식이다. 전두환이 여전히 연희동 저택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제주가 국가에 의해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돌이켜보면, 과연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경험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믿음 아래 쓰여진 역사는 그 과정에서 희생된 시간들에 쉽게 눈을 감는다. 그리고 이렇게 망각된 과거는 또 다른 희생의 시간을 낳는 것으로 이어진다. <26년>, <지슬>, <계몽영화>는 모두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된 시간들을 영화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들이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실질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객들이 영화가 재현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분노하기를, 그리고 이들의 기억과 분노가 현실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여 역사가 다시 쓰여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역사와 관객을 연결시키는 영화적 방식이다. 무엇보다 영화가 재현하는 사건을 관객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를 영화 안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48년 제주와 80년 광주, 그리고 한국의 폭력적인 근대화 과정이 나와는 상관없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나’의 문제로 인식될 때, 영화가 불러일으킨 기억과 분노는 영화 밖 현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역사는 이미 지나가버린, 완결된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씌어져야 하는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영화들의 ‘기억’은 가치 있다. 하지만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들을 기억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망각된 시간들이 품고 있던 실현되지 못한 꿈을 함께 기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시간이 품고 있던 꿈을 현재 우리들의 문제로 성찰하면서 그 실현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성찰의 지점을 품고 있는 영화만이 분노의 제스처를 넘어, 망각된 과거를 새로운 역사로 다시 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강소희.주선희, <영화는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는가?>,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89-190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8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