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순 씨 오른손에는 엄지손톱이 없다. 이제 막 새로 나는 손톱이 아주 살짝 보일 뿐. 왼쪽 엄지손톱도 검게 멍이 들었다. 일을 시작하고 40여 일이 지날 무렵, 오명순 씨가 맡은 공정은 배터리 조립이었다. 배터리 뚜껑을 잘 맞춰 닫는 일이다. 사람이 손으로 고정해 주면 기계가 납작하게 집어 완성을 한다. 기계가 누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뚜껑이 뜨면 조립 불량이 나온다. 그걸 맞춰서 뚜껑을 잘 닫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뚜껑을 닫는다고 누르다가 손톱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배터리 뚜껑이 빡빡한 게 있어요. 잘 안 들어가니까 손톱으로 누르고 밀다가 다쳐버렸죠. 얼마 전에야 손톱이 빠지더라고요. 덜렁덜렁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다녔어요. 멍이 드니까 눈에 띄잖아요.”
손톱이 젖혀졌는데 바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 채로 일을 했다. 파견노동자는 다쳐도 어디 호소할 데가 없다. 일하는 회사에도, 날마다 오는 파견업체 직원에게도. 말해서 적절한 치료나 위로, 아니면 다른 공정으로 옮기는 배려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