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순 씨는 스스로 원해서 일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폐업, 해고, 공장 이전으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왔다. 새 일자리를 찾아갈 때마다 오래 일해 여기서 정년퇴직하고 싶다고 바라지만 파견노동자에게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래도 좋다. 쉰둘에 다시 일터에 나가니. 이번 일자리를 얻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아픈 몸을 치료하고 돌보기도 했지만, 쉬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 공장에서 한창 일할 시간인 대낮에 길거리를 걷는 게 그이는 낯설었다.
“첫날 출근하려고 집에서 걸어 나오는데 기분이 좋은 거예요. 나도 일을, 출근을 하는구나. 전에 기륭전자 다니다 해고되어 집에 있을 때 낮에 시장을 돌아다니면 창피했어요. 죄도 없는데 말예요.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젊은 사람이 저렇게 놀고 있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