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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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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 가족의 범위와 개념이 달라지면서 그로 인한 가족 간의 반목, 이어지는 존속살해, 혹은 자녀를 동반한 자살 등 가족해체 징후를 보이는 소식들이 매스컴을 요란하게 하고 있다. 예로부터 충과 효를 강조해 온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소식이 끊이지 않을까?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는 이전부터 진행되어오던 핵가족화가 더욱 급속히 진행되었다.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농촌에서 상급학교가 있는 도시로, 또 지방에서 중앙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산업구조가 변해가면서 도회지로의 집중 현상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도회지에서의 학업이나 생산 활동을 위해 농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부모를 떠나 새로운 가구를 형성하는 예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점차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에 이르게 되었다. 임옥상, <가족 Ⅰ, Ⅱ>, 1983.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화와 더불어 80년대 이후 우리나라 가족 구성의 또 다른 변화의 하나는 가족형태의 변화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한국 여성과 미군 남성과의 결혼도 있었고, 근래 들어서는 여러 형태의 서로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남녀의 국제결혼도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남과 여의 결합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깬 남남, 여여의 커플들도 적지 않다. 결혼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그림에 표현된 가족상 또한 여러 모습이다. 임옥상(1950~)의 <가족Ⅰ>은 한국인 여성과 서양인 남성이 이룬 한 가족의 모습이다. 아이까지 안고 있는 부부는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어지는 <가족 Ⅱ>는 이러한 가족의 비극적 해체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의 신체 부분에 칠해진 핏자국은 살상의 폭력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1983년에 그려졌지만 이를 보면 1992년 10월 28일 주한미군 마이클 이병에 의해 저질러졌던 윤금이 살해사건이나 그 전후로도 종종 자행되었던 유사한 사건이 생각난다. 피로 얼룩진 아내의 상반신, 그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홀로 남은 아이의 모습은 사랑이 소멸된 가족의 처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남이 만나 부부가 되고 가족을 이루다보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사는 동안 부부간에 다툼이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부부의 불화는 끝내 한 가족의 해체로 이어진다. 안창홍(1953~)의 <가족사진> 시리즈는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가족사에서 유래한 작가 내면의 강박관념을 죽음과 공포의 섬뜩한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독백이기도 하고,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암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안창홍, <가족사진>, 1982. 이 작품에서 작가는 가족을 마치 가면을 쓴 듯 눈이 없는 허깨비로 표현해 버렸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이와 같이 가족사진에서 가족을 지워버린 모습으로 재현한 것이다. 여러 점의 가족사진을 그는 유사한 작업을 거쳐 작품화 하였고, 이러한 작품 외에도 여러 가족사진을 구해 이를 갈기갈기 찢고 이를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을 반복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찢기고 다시 붙여졌으나 그럼에도 어긋난 가족사진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로 의지하고 바라는 만큼 실망하고 미워하는 관계가 가족은 아닌가? 이전 시기 작가들은 차마 그릴 수 없었던 해체된 가족은 감추고 싶은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핑크빛 하트와 행복이라는 단어가 함께 따라온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랑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쁨과 뿌듯함만을 주는 것은 아닌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과 하나 됨에 대한 강렬한 욕구로 서로 주고받는 열정적 사랑은 충만함과 황홀경을 느끼게도 하나 보답 받지 못한 사랑은 공허감이나 절망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리하여 愛憎애증이라는 용어가 있을 만큼 사랑은 증오로도 바뀔 수 있는 복잡한 인간의 감정임을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선옥, <그림 속 사랑 풍경>,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62-164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6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