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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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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풍속화에서 볼 수 없었던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인 치사랑은 각종 윤리서와 이를 도해한 그림책을 통해 권장되었다. 조선시대 국가에서는 때에 따라 삼강행실도나 오륜행실도 등 행실도를 대대적으로 간행하였다. 그 목적은 효자, 충신, 열녀와 함께 붕우,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고 일반 백성들에게 권유하기 위함이었다. 그 중 효는 어느 경우에나 가장 으뜸이 되는 덕목이었다. 조선시대에 이를 국가적으로 시행한 것은 효는 국가 통치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인 충서忠恕의 바탕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효 이념을 널리 보급하기 위하여 국가적 사업으로서 <<효경>>, <<소학>>과 같은 윤리서를 편찬하고 이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그림을 이용하는 도설圖說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조선 세종대에는 고려시대에 있었던 <<효행록>>에 효자 이야기를 추가하고 이를 그림으로도 그린 <<삼강행실도>>가 간행되었다. 그 간행 배경이 되었던 것이 1428년 김화에서 발생한 부친 살해사건이었다는 것을 보면 유교윤리가 강조되던 그 시대에도 존속살해라는 끔찍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삼강행실도>>는 단순한 효행록이 아니라 ‘행실도’라는 도설작업을 함으로써 문자를 알지 못하는 백성들을 깨우치려는 목적이 있었다. 간행 후기에 쓴 것처럼 “우매한 남녀들까지 쉽게 보고 느껴서 분발하게 되기를 바라는 뜻”이 있었다. 이러한 행실도는 이후 편차를 달리하여 중종 대에 <<속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광해군 대에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정조 대에 <<오륜행실도>>를 간행하기 까지 조선시대 내내 간행, 언문, 상정, 개역, 중간되었다. 이들 행실도에 수록된 효자이야기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효자이야기를 망라하여 다양하게 편집되었다. 유명한 고사인 “오나라 때 맹종은 병든 어머니가 한 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자 꽁꽁 언 대숲을 눈물로 녹여 죽순이 솟게 하여 드렸다”는 맹종읍죽孟宗泣竹이나, “병든 계모가 산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여 꽁꽁 언 강을 몸으로 녹이려 하자 얼음이 스스로 깨지며 잉어 두 마리가 튀어 올랐다”는 왕상부빙王祥剖氷과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행실도에 실린 각각의 효자이야기는 제목과 함께 효행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뒤 이어 내력이 적혀 있다. 그림이 주를 이루고 있어 혹 글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림을 통해 한 눈에 주인공의 효성스러운 행적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맹종읍죽>, <<오륜행실도-효자편>> 필자미상, 민화문자도 <효>, 조선 19세기 행실도류 효행도에 적힌 이야기와 그림은 민화 문자도에도 형식을 달리하여 수용되었다. 孝·悌·忠·信·禮·義·廉·恥로 구성된 문자도 중 ‘孝’자에는 효자고사를 직접 그리거나 고사내용을 담은 상징적인 요소들이 그려졌다. 민화문자도 <효>를 보면 왕상부빙고사를 상징하는 잉어, 맹종읍죽 고사를 연상케 하는 죽순, 겨우 아홉 살 나이에 여름에는 어버이의 잠자리에 부채질을 해 모기를 쫒거나 시원하게 했다는 황향의 부채, 계모와 이복동생의 모략에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선 평소에 즐기던 오현금을 탔다는 순임금의 오현금 등이 ‘효’자의 한 획 한 획을 이루며 효의 의미를 담아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인 효가 공적으로 강조되었다. 이를 백성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행실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간행·배포되었고, 이는 민화에도 수용되어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불교에서 <<부모은중경>>을 통해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을 유도하였다면, 유교에서는 자식이 부모에게 어떻게 효도할 것인가를 예를 들어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윤리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간의 사랑을 권하였다. 흔히 가족은 사랑하는 남녀의 결합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로써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우며,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부자자효父慈子孝의 관계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부모 자식의 관계 속에서 부자자효란 지향해 나가야 할 목표지점일 뿐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난관과 위기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런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다 부모를 원망하게 되거나 자녀에게 실망하는 것이 현실에서 우리들이 흔하게 접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시행된 행실도의 간행과 배포는 가족 간의 사랑을 권장한 강력한 장치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선옥, <그림 속 사랑 풍경>,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53-156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5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