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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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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남녀 간의 사랑에는 제약이 따랐고,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처럼 가족 간 사랑의 표현에도 또 다른 제약이 있었다. 전근대기 가족은 가부장적인 부계 중심으로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는 자녀를 훈육하며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제도였다. 그러다 보니 조선시대 가족그림은 행사장면의 일부로서 노부부와 자녀, 손자들로 이루어진 대가족을 그린 이외에 가족을 그린 그림은 많지 않다. 다만 생활 장면을 담은 풍속화에 부모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으로 가족은 간간히 표현되어 있다. 그림 수가 많지는 않지만 신한평의 <젖먹이기>, 김홍도의 <행상>, <들밥>, <자리짜기>, <길쌈>, 김득신의 <짚신삼기>, 신윤복의 <애기 업은 엄마> 등에는 여러 형태의 가족 사랑이 그려져 있다. 가족풍경 중 많은 경우가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모성애를 그리고 있다. 신한평(1726~?)의 <젖먹이기>는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엄마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사내아이가 징징 울고 있는 모습이, 왼편에는 사내아이보다 좀 더 큰 누나가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애써 무심한 표정으로 떼쓰는 아들에게 등을 돌린 채 젖을 물린 엄마의 모습은 신한평, <젖먹이기>, 18세기 아기를 많이 낳아 기르던 몇 십 년 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더 어린 자녀에 대한 부모의 보호와 관심은 ‘내리사랑’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처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김홍도, <자리짜기>, 18세기 위 작품이 젖을 먹이거나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모성애를 그린 것이라면, 김홍도(1745~1806이전)의 <자리짜기>는 넉넉지 않은 살림가운데도 자식을 교육시키는 부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는 물레를 돌려 실을 잣고, 아버지는 자리를 짜고 있는 가운데, 어린 아들은 몸집보다 큰 책을 펴 막대로 짚어가며 읽고 있다. 아들의 “하늘 천 따지” 소리에 맞추어 물레를 돌리고 자리를 짜고 있는 부모의 모습은 자식의 교육비 마련에 허리가 휘어지면서도 자식만은 잘 가르쳐보려는 오늘날 부모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을 잣고 자리를 짜고 있는 부부는 현재는 가난하지만 아들에게 미래를 거는 한 양반 부부의 생활상으로, ‘양육’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부모의 사랑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조선시대 내내 줄곧 간행되었던 <<부모은중경>> 에도 중요하게 다루어져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수태하여 낳아 기르기는 과정, 자식이 성장해서도 여전히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부모의 사랑을 그린 점에서는 풍속화와 다르지 않지만 <<부모은중경>>은 부모은혜의 중함을 설하고 그로써 자식의 효도를 권하고 있는 불교경전이다. <<부모은중경>>은 짧은 경전이지만 조선시대에 유난히 많이 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널리 배포되었다. 불교의 주요 경전이라 할 수 있는 법화경이나 화엄경 등 대부분 경전의 변상도가 경전의 내용을 압축해서 몇 장면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각각의 장면을 도해하고 설명을 덧붙여 간행되었다. 이는 <<부모은중경>>이 <임산수고은>, <<부모은중경>> 변상도 중 다른 어떤 경전보다도 더 비중 있게 다루어 졌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유가에서 ‘효’를 강조하여 각종 행실도를 간행 배포한 것과 같이 효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권장하고자 했던 불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효’를 중시하였던 조선시대임에도 가족을 그린 풍속화에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그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풍속화가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다양한 모습을 고루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러한 의문이 인다. 효자도 물론 많았지만 효도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만큼 누구에게나 자연스럽지는 않았던 것은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고전설화 중에는 지독히도 말을 안 들어 원수가 아니고서야 그럴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인 “원한 갚으려 태어난 자식 이야기” 부류가 있다. 옛 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실제 풍속화에서도 자애로운 부모에 비해 효자그림이 없는 것을 보면 ‘내리사랑은 있지만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선옥, <그림 속 사랑 풍경>,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50-153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5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