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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가치의 점령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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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는 마르크스가 말하는 소외와 상품물신주의, 그리고 루카치의 사물화에 대한 논의를 자신의 변증법적 음악론에 결합시키는데, 이러한 시각은 한편으로 ‘비합리적 충동의 절제’와 관련한 베버의 합리화 이론과 접목된다.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에 대한 반론으로서 1938년에 제출한 에세이 「음악의 물신적 성격과 듣기의 퇴행에 관하여」에서 그는 “충동을 길들이기 위한 심급”으로서의 음악의 기능에 대해 주목하면서 후기자본주의 이후 상품형식에 지배당한 음악적 삶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관적인 어조로 말한다. “마음에 드는” 인기 가요를 찾아내려 할 때 우리는 마음에 드느냐 들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그 인기의 근거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질문 받는 사람들이 매번 그런 말로 답하면서 자신들의 반응을 가장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 가요에 대한 익숙함이 그 가요의 가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렸다. 곧, 그 가요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거듭하여 알아보는 것과 거의 똑같은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아도르노는 “거듭하여 알아보는 것”으로서의 습관화된 인식이 감성적 인식 일반을 지배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되는 개인의 특수한 물질적 반응(사용가치)이 교환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수량화되고 추상화된 가치(교환가치)로 동질화되고 사상되면서 생기는 소외와 일종의 마비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는 이를 “교환가치의 격정적 점령”이라고 부른다. 요컨대 아도르노에 따르면 표준화된 상품으로서의 음악에 둘러싸인 나머지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서적 차원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게 되었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추상화된 교환원리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사랑하도록 허용되어 있지 않아서 자신의 감방을 사랑하는 죄수의 행동방식에 부합한다”. 자본주의가 음악하기에 미친 영향은 과격하게 적용된 베버적 의미의 합리화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한편으로 음악재료의 총체적인(수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이면서 동시에 청각의 마비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자기 절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아도르노 식으로 말하자면 전자와 후자는 각각 ‘외적 자연’과 ‘내적 자연’의 합리적 지배이기도 하다. 이렇듯 과도해진 합리성이, 에바 일루즈가 말하는 ‘차가운 친밀성’으로서의 감정자본주의적 관계를 형성한다. ‘차가운 친밀성’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그렇듯 감정자본주의적 국면이란 뜨거움과 차가움의 정서적 혼란 상태라고 은유적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어떤 뜨거운 정서적 반응에도 차갑게 계산된 목적합리성이 자리한다는 것, 이로써 “즉각적인 감정은 지표성—내 일상의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신속하게 (자기반성 과정 없이) 알려주는 능력—을 잃게 된다”(에바 일루즈, 김정아 옮김, <<감정자본주의>>).  
 
최유준, <음악하기와 사랑하기>,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99-201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9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