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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음악의 파국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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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치가 분석하는 20세기까지의 음악의 근대사는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세 단계의 발전적 흐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후기 베토벤으로 대표될 수 있는바 음악적 고전주의의 형식에서 벗어나 낭만주의적 표현으로 움직이는 단계로서, “표현하는 주체(개인)의 내면에 존재한다고 가정된 심리적 내용”을 추구하는 단계다. 그것은 주체 외부의 사회적 관계를 지시할 수밖에 없는 형식이나 양식으로부터의 개인적 일탈을 기도한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기존의 형식과 양식에 부분적으로 기댄 낭만주의적 ‘표현’은 주체의 ‘내면’과 맺는 관계에 있어서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표현적 언어로서의 체계성을 갖출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쇤베르크와 제2 빈 악파로 대표되는 두 번째 단계에서 다시금 ‘음악의 형식화’가 시도된다. 쇤베르크의 12음기법과 음렬주의serialism에서 보이듯 여기서 “형식화란 음악을 형식만으로 이루어진 닫힌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특정한 형식의 특정한 현상을 음악에 외재하는 실체의 작용에 의해 정당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음악의 극단적인 합리화와 수학화를 수단으로 “주관적인 ‘내면’을 환원하려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쇤베르크의 이러한 극단적 형식주의는 “자각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복잡한 규칙에 따르기만 한다면 어떤 표현도 허용”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도를 높이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미규정적 불협화음과 기계적인 음렬의 집합에 머물러 음악의 표현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지점에서 존 케이지의 ‘우연성음악’ 내지는 ‘불확정성음악’으로 대표되는 세 번째 단계의 급진적 시도가 이루어지는데, 마사치에 따르면 온전히 ‘형식’을 거부하는 ‘반형식화’의 단계로서 그것은 “표현하는 것으로서의 형식 부정에 의해, 즉 잡음과 동일한 우유적 음의 발생에 의해 표현한다”. 마사치는 쇤베르크의 금욕주의적 형식과 케이지의 형식 부정에 대해서 각각 유대교의 ‘우상숭배 금지’와 그리스도의 죽음을 대입시켜 타자의 체험과 관련한 신학적 함의를 읽어내지만, 그것은 사실상 낭만주의 이래로 사적 언어를 시도한 음악이 도달한 파국의 지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대음악’이라고 불리어 왔던 전위적 음악의 딜레마는 이렇듯 음악적 언어를 가시화된 파국의 국면에 도달시킴으로써만 현대적 음악하기의 생산적 가능성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역설의 지점에 있을 것이다. 마사치가 말하는 ‘연애 불가능성’ 역시 비슷한 역설의 맥락 속에 있다. 그것은 절대화된 타자의 체험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 ‘나’를 둘러싼(혹은 ‘나’ 속에 필연적으로 포함되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방편설법이다.  
 
최유준, <음악하기와 사랑하기>,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96-19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9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