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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인플레이션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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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사랑이 호황기를 누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등 다양한 소통매체는 끊임없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거리에서도 공공장소에서도 젊은 남녀의 연애풍경은 공공연하게 마주치는 일상이 되었다. 젊은 연인 사이에 챙겨야 할 기념일도 달마다 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와 같은 한번쯤 들어봤을 기념일이 있고, 다이어리데이, 실버데이, 그린데이, 뮤직데이, 머니데이, 허그데이 등과 같은 생소한 기념일도 있다. 숱한 연애 기념일은 장사꾼의 꼼수에 놀아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랑을 갈망한다. 더러는 사랑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더러는 “사랑중독”을 앓는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주장한 걸까, 원자화되고 고립된 개인에게 사랑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와도 같은 “유사 종교적 믿음”이 되어 버린 걸까?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사람들은 그토록 사랑에 집착하는 걸까?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연인>은 수수께끼와도 같은 사랑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상대의 얼굴도, 자신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현재의 황홀한 느낌에 빠져드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상관없이 나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이 사랑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설레고 짜릿한 감정이지만, 서로의 얼굴을 가리고 숨을 가로막는 위험천만한 것이 사랑일까? 사랑은 결국 오해일까? 오늘날, 사랑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자명하지 않다는 사실만이 자명해졌다. 사랑이라는 말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랑의 형상과 그것을 가리키는 말 사이에 틈이 생겼다. 바로 그 틈에서 자기기만과 속임수가 횡행한다. 그 때문에 다시 묻는다. 사랑이라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김기성, <사랑의 변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31-33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3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