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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어디에 그/그녀의 흔적이 있기에?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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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혹은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이 내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손으로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그 익명적 문자들이 우리를 긴장시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거기 어디에 그/그녀의 흔적이 있기에? 그 문자 메시지는 그/그녀가 입력한 철자, 그/그녀가 고른 단어들, 하필이면 바로 그/그녀가 저지른 오타들, 더 결정적으로는 그/그녀가 선택한 이모티콘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그 철자와 단어, 오타와 문장, 바로 그 조합은, 다름 아닌 그/그녀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게오르그 짐멜은 “문자 소통에 대한 보론”이라는 짧은 글(Georg Simmel, Exkurs über den schriftlichen Verkehr, Soziologie)에서, 문자로 쓰여진 편지가 왜 말보다 더 많은 해석과 추측을 유발시키는가를 분석한다. 눈 앞에 있는 상대와의 대면 소통에서 우리는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의 울림, 억양, 말의 빠르기, 표정과 몸짓을 동시에 지각한다. 대면 소통에 참가하는 사람은 “단순히 자신의 말의 내용 이상의 것을 준다. 그의 대화 상대자를 보고, 단어들로는 전혀 표현되지 않는 기분을 공유하고, 그의 말의 강조와 리듬의 수천가지 뉘앙스를 느끼고, 그를 통해 그의 말들의 논리적 혹은 원하는 내용의 풍부화와 변용을 경험”한다. 그런데 문자 소통에서는 말로 대화를 나눌 때의 이러한 ‘부수 현상들’이 결핍되어 있다. 그로 인해 쓰여진 메시지는, 말보다 확실한 것 같으면서도 그 보다 훨씬 다의적이다. 쓰여진 메시지를 받는 수신자는 쓰여진 단어와 문장들의 논리적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서도, 논리적 감각 이상의 것을 동원하여야 한다. 그는 쓰여진 메시지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그의 목소리, 억양, 표정 등의 신체적 지표를 추측해, 그 문장들을 해석해야만 한다. 그 문장들을 ‘만들어’ 내게 보낸 사람이, 내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쓰여진 것에 대한 나의 해석학적 촉수는 예민해 질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필체, 그가 선택한 종이나 잉크의 색깔 등 모든 물질적 ‘부수현상들’이 결핍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 앞에서, 우리의 해석학은 상대가 사용한 특정한 단어, 그것이 갖는 비유적 함의들, 그가 만들어낸 문장 구조와 독특한 표현, 무의도적 (혹은 의도적인?) 오타, 이모티콘으로 이루어진 비물질적 디지털 신호들의 조합에 매달린다. 그/그녀가 내게 보낸 문자 메시지 뒤에, 조심스럽게 매달린, ‘윙크’, ‘방긋’, ‘미소’의 이모티콘 들, 어쩌면 바로 그 속에 나에 대한 호감과 선의가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김남시, <사랑이라는 소통의 매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9-30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