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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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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달 가능성 자체가 불확실한 편지를 더 이상 사랑 소통의 매체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손에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도달되어야 하는 편지지와 편지 봉투 대신, 이미 잠재적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날 찾기만 하면,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날 호출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내 손안에 들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의 실존적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인간을 “세계-내-존재 In-der-Welt-sein”라 특징 지웠던 하이데거가 기껏 염두에 두었을 ‘세계’라는 것이, 주변의 이웃들이나 도시 공동체 정도의 인간관계를 사변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얻어진, 모호하고 비현실적 관념이었다면, “몇 억 몇 십 억이나 되는 인간의 집합을 내가 직접 실감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거리 안에 수납하고 있는”(아즈마 히로키, <<일반의지 2.0>>, 안천 옮김) 스마트폰, 당장이라도 관계 맺을 수 있는 네트워크로의 통로를 손에 쥐고 있는 우리에게 ‘세계’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휴대폰 벨소리만큼이나 현실적이다. “세계 내 존재”인 나는 이 세계의 누구에게든, 언제든지, 지금 당장이라도 호출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의 물질적, 기술적 실재에 따라 실제적으로 접속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과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다.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우리가 빠져드는 심리적 공황은, 이러한 “세계 내 존재“로서의 실존 조건을 상실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 “세계 내 존재”였던 우리는 그 순간, 폭력적으로 그 세계 바깥으로 내던져지고 고립되는 것이다. 나는 이 스마트 폰으로, 나의 그 ‘세계’에 함께 연결되어 있는 애인에게 문자를 보낸다. 하지만 내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바로 그에게만, 그가 늘 손에 쥐고 다니는, 적어도 그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그 만의 스마트 폰에, 그 특정한 한 명의 수신자를 향해서만 직접, 어떤 에두름이나 우회, 헤맴도 없이, 즉시 ‘도달’한다. 난 나의 문자 메시지가 그에게 도달했음은 물론, 그가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아닌지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해본다면, 이전 시기 사랑 소통의 주요한 매체였던 편지는 마치,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 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도달하리라는, 절망에 다름없는 바람만으로 저 넓은 바다를 향해 던지는, 유리병 편지 같다.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를 매체로 사용하는 사랑 소통에서 기다림은, 서막에서 시작해 제1막은 거치지 않고서, 곧바로 제2막으로 향한다. 카카오 톡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는 그 말의 현재성을 잃지 않는 순간에 응답받기를 원하는 문자들이기 때문이다. 카톡을 보내는 연인들은 그 문자에 대해, 편지를 교환하던 사람들과는 다른 정서적 기대를 갖는다. 펜을 들고 편지를 쓰던 이들이나, 손가락으로 자판을 눌러 문자를 보내는 이들 모두 그 문자를 “쓰거나” “터치하는” 순간의 정서적 상태를 공유하려 하겠지만, 카톡으로 발신된 그 감정은 그 순간의 몇 초 혹은 몇 분 이내에 응답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나 실망으로 변한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를 채우고, 흔들고, 괴롭히고 있기에 그 무엇보다 강렬한 그 감정에 즉시 관심을 보이고 배려하지 않는 상대는 내 감정의 진정성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이 순간의 나만큼 강렬하게, 날 그리워하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남시, <사랑이라는 소통의 매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6-2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