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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은 역사적 대사건, 또는 거시적인 사회구조의 산물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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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논의를 한국의 근현대사에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근대라는 세계사적 시간들과 연속적으로 부딪치면서 축적된 역사적 감성들이 존재하였고, 이들은 또한 거시적 사회변동에 따라 해체되거나 새롭게 형성된다. 그것은 민중들의 일상생활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어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림이나 노래, 춤,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만담에 깃들어 있고, 또 영화, 드라마, 각종 문학 작품들에도 짙게 배어 있다. 만약 한국의 근대사를 꿰뚫고 있는 핵심적 감성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하나는 슬픔, 또는 비탄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껴안고 있는 해학이 되지 않을까 싶다. 흔히 슬픔은 기쁨과 상응하고, 그것의 표현은 울음과 웃음으로 나타나는데, 감성으로서의 슬픔에 기초하여 웃음이 표현될 때는 해학이 된다. 식민지로 전락한 시대, 그리고 짧은 해방의 환희 뒤에 찾아온 전쟁과 빈곤, 그리고 분단과 독재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왔던 20세기의 한국인들의 감성의 중심에 인간적 존재로서는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suffering과 여기에서 우러나오는 슬픔, 또는 서러움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인들은 그런 슬픔을 곧 바로 표현하지 못했거나, 그것을 웃음과 함께 표현하면서 살아왔고, 공통의 감성구조를 발전시켰다. 슬픔은 분명히 개인적 감정의 하나일 뿐 아니라 사회적 감성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은 그것이 형성된 역사적 대사건, 또는 거시적인 사회구조의 산물이며, 순간순간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지속성을 가진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격정적으로 표현되는 통곡, 탄식을 동반하는 비탄(悲嘆), 그리고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 최대한 억제되는 침묵의 슬픔 등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은 쏟아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삭혀지거나 삼켜지는 것에 가깝다. 그것은 ‘가시적 표면에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사회 저변 또는 집합적 심성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구조화된 슬픔’이다. 이런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에 관한 논의를 위해서는 그것을 만들어낸 역사적 고통 또는 고난, 그것이 자리하고 있는 시공간적 장소, 그것의 표현이나 재현의 전체상을 포착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근식,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 <<우리 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17-18쪽.  
정명중 외저, <<우리 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