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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은 집단적이며 역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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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사상이나 관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뀐다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지만, 인간의 몸이나 감정이 사회적이고 또한 역사적이라는 주장은 이보다는 훨씬 낯선 것이다. 감정은 자연에 속하거나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해왔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감정은 심리학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특정 시기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런 현상이 심리학을 넘어서 역사학이나 문화연구의 대상이라는 생각은 프랑스 아날학파에서 발전하였다. 블로끄와 함께 아날학파를 만들어간 페브르는 역사심리학의 과제로 특정 시대의 인간들이 가졌던 심적 소재들을 상세히 정리하여 분류하고 물질적, 지적, 정신적 세계의 전체를 재구성해볼 것을 제안하였다. 1953년에 발간한 책 <<역사를 위한 투쟁>>에 실린 「감성과 역사」라는 논문에서 그는 인류사에서 지적 활동에 대비되는 정동적(감정적) 활동의 역할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연구할 만한 대표적인 감성으로 증오, 공포, 잔학, 사랑 등을 들었으며, 이를 연구하기 위하여 언어학이나 도상학, 문학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1968년 로베르 망두르는 ‘집단의 세계관 또는 감성, 즉 여러 집단이나 사회전체에 의해 인정된 집단적 심리의 내용을 형성하는 표상이나 이미지, 신화와 가치체계 등을 나타내는 행동, 표현, 침묵을 재구축하는’ 연구를 심성사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뒤비는 심성사연구의 세 가지 서로 다른 고찰단계로, 처음에는 기호의 총체로서의 표현양식을 연구하고, 두 번째로 문화모델, 즉 이전 세대로부터 전수되는 이미지나 신화의 교육방법을 연구하며, 세 번째로 가치체계를 총체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을 제안하였다. 우리가 화두로 삼고 있는 감성은 충분히 정교화되고 이론적으로 확립된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감정이 개인적이며 인간의 본능에 속한 것이라면, 감성은 집단적이며 역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이다. 감정이 상황적이고 주관적인 일상의 사건들에 해당한다면, 이에 비해 감성은 지속적이며 객관적인 구조에 해당한다. 감성은 한편으로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신체화된 감정이며, 특정 방향으로 규율화된 감정의 표현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감성은 합리적으로 선택된 이념이나 이해관계의 영역보다는 생존과 안전의 욕망에 기초하여 구성된 무의식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다. 사회적 감성은 짧은 시간적 지속으로서의 역사적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것의 형성과 해체는 장기적인 시간지속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감성을 창출하고 유지시키는 역사적 사건과 그것의 구조화된 효과, 그것을 담지하고 있는 사회적 주체, 그들의 집단적 대응을 탐구해야 한다.  
 
정근식,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 <<우리 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15-17쪽. 
정명중 외저, <<우리 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1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