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제가 일찍 가르침을 받았을 때, 숙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와 나는 세대로 말한다면 존언한 부자의 관계가 있고, 나이로 말한다면 가까운 형제의 관계가 있으며, 학업으로 말한다면, 교제하는 벗의 관계가 있고, 벼슬로 말한다면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임금을 섬기는 의리의 관계가 있으니,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우리 친족 가운데 인재가 없는 것과 자손들마저 번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말하고는 오랫동안 비판에 잠기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숙께서 저를 버리시고 떠나셨습니다. 숙부께서 일찍이 저에게 가르쳐주신 것으로 오늘 제 마음의 슬픔을 미루어 보신다면 저의 슬픔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어찌 한마디인들 더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몸이 벼슬에 매여 있고 나라에 국상(國喪)이 있어서 숙부님 발인하는 행렬을 또 다를 수가 없으니, 슬픔과 한스러움이 서로 맺힌 것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조선 중기의 문신인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이 숙부인 남이성(南二星)의 죽음을 애도하며 숙부의 장례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또한 발인도 하지 못하는 슬픔을 제문에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