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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하를 죽이라는 명령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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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시나리오 : # 62 장성 집무실(낮)
최고급 사무 집기와 훈장, 트로피 등이 번쩍거리는 집무실.
넓은 소파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장성이 담배를 빡빡 피우고 있다. 맞은편에는 등을 꼿꼿이 세운 자세로 앉아있는 재현.
장성(담배를 비벼 끄며) 남북한 관계라는 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그런 거 아닌가. 684 부대 만들 때만해도 길거리에서 일반 시민들이 김일성이 화형식을 한다, 어쩐다 그럴 때였고,
재현 그렇다면 684 부대를 정식 공군 부대로 인정해 주십시오. 공군에서 관리 해 주시면..
장성 이것 보게. 684가 공군에 소속된 것은 평양에 침투하게 될 때, 위에서 떨어뜨려주거나 하기에 유리하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고.
재현 저를 비롯한 교관과 기간병들 모두 공군 소속입니다.
장성 (벌컥 화를 내며) 이 사람이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나! 훈련이나 수송은 우리가 담당하겠지만 파병 시기부터 684 관련 모든 책임은 중정에서 지기로 한 거였단 말일세. (누그러뜨리며) 나는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네는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여기 와서 이렇게 생떼를 쓰면 어쩌겠다는 건가.
재현 지금 684 부대원들은 재소자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장성 (새로운 담배를 피워 물며) 원래 다 재소자들 아닌가?

멈칫 장성을 바라보는 재현의 시선이 날카롭고. 그 때 노크 소리 들리고 곧장 문 열리며 들어오는 오국장. 급하게 담배를 끄며 일어서는
장성
장성 오셨습니까?
오국장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재현에게 악수를 청하며) 수고가 많으십니다. 나, 오라고 합니다.
장성 (재현에게) 중정에서 연락관으로 나오신 오국장님이실세.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재현.
웃으며 먼저 앉는 오국장
오국장 자, 앉읍시다, 앉아서 얘기 하지요.
장성보다 먼저 앉아서 여유 있게 장성을 보는 오국장과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웃는 장성을 보는 재현. 장성이 앉고, 재현이 따라 앉자 담배를 무는 오국장
오국장 (장성이 켜준 라이터에 불을 붙이고) 어떻게 실미도는 잘 정리 될 것 같습니까?
꿈틀하는 재현.
장성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국장 구시대 유물을 잘 청산해야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재현 684 부대가 구시대..유물 입니까?
오국장 실미도에는 신문, 라디오, 잡지가 일체 엄금이라니까 세상 돌아가는 거, 잘 모르실 수 있겠군요. 평화 통일이 국정 방향으로 확정된 이 때에 파면된 전임 중정 부장이 만든 살인 부대가 구시대 유물 아닌가요? (담배 연기 사이로 재현을 보며) 김일성이 목 따오라고 사형수들 불러 모아 놓고 비인간적인 교육을 자행하다니...(한껏 웃으며) 외신에서 알면 우리를 얼마나 야만적인 국가로 알겠습니까?

장성 그렇지요.
오국장 (재현을 보며) 우리 대장님, 아직 30대신 것 같은데.
장성 예. 전도유망한 친구입니다.
오국장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번 일 잘 마무리하시면 우리 대장님 앞길은 쭉 뻗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장군님?
장성 물론입니다.
오국장 (일어서며) 그럼 잘 부탁합니다. (다시 재현에게 악수를 청하며) 우리 다 나라 잘되게 하자고 하는 일이니까.
악수를 받지 않는 재현. 오국장, 재현을 보다가 장성을 보고.
장성 이 사람.
재현 (오국장을 보며) 정치가가 정치를 잘 하고, 군인이 군인의 몫을 해내고 그렇게 하면 나라는 저절로 잘 되는 것 아닙니까?
재현을 바라보는 오국장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짓는다.
오국장 (천천히 손을 내리며) 우리 실미도 특수 부대 대장님은 로맨티시스트시로군. (다시 미소가 감춰지며 싸늘한 얼굴로) 아니면 통일이 되고 나라가 잘 되는 쪽보다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죽인 공산당에 대해 개인적 원한을 갚는 쪽을 더 간절히 원하는 건가?
놀라움이 담긴 눈빛으로 오국장을 바라보는 재현.
오국장 (장성 쪽을 힐끗 일별하며) 믿고 가겠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명목으로 장성과 중앙정보부의 오국장이 실미도 부대원을 정식 공군 소속으로 바꿔달라는 부대장 ‘재현’의 부탁을 묵살한 채, 부대원들을 정리(사살)하라고 명령하자, ‘재현’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재현’의 항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동안 훈련시키며 함께 생활해온 대원들을 사살해야 하는 사실에 분노하는 수 밖에 없다. 
영화 {실미도}(2003, 강우석 감독)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