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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미 군(具志頭郡) 긴가바루(銀河原)에 살던 부부의 이별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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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미 군(具志頭郡) 긴가바루(銀河原)의 마을 가운데에 한 집이 있었다. 부부가 살았는데 집안이 가난하여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갔다.
하루는 그 집의 하인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있을 때에 갑자기 폭풍을 만나 남쪽 섬으로 떠내려갔다. 배를 매어놓고 상륙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감미로웠으며 만물이 무성하여 사람이 살만했다. 몇 개월이 훌쩍 지났고 남풍이 불자 귀향하였다.
즉시 그 주인에게 고하기를 “제가 다녀온 섬은 토지가 비옥하고 물맛이 좋아서 마을을 이루고 살만한 곳입니다. 소인이 주인님을 모시고 그 섬에서 같이 살기를 청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주인은 그 아내에게 남쪽 섬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연유를 알리고, 오곡(五穀)의 종자 및 여러 채소의 종자를 챙겨 배를 출항시키고자 했다. 그러자 그 하인이 주인에게 거짓으로 고하기를 “종자는 다 챙겼는데 맷돌을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부디 주인께서 서둘러 맷돌을 가져오셨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주인이 집에 가서 맷돌을 가져오고자 했다. 그때 하인이 배를 바다 가운데로 출항시켰다. 주인이 맷돌을 가지고 와서 그 모습을 보고 아내를 외쳐 불렀다.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하인에게 속아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듣자니 그 섬에는 갈대가 우거졌다고 합니다. 소첩이 섬에 닿게 되면 크고 작은 갈대 줄기를 바다에 떠내려 보내겠습니다. 갈대가 떠내려 오거든 소첩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십시오. 부디 우리들의 언약을 잊지 말고 마음에 새겨두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결국 배는 바다로 사라졌다. 주인은 가지고 온 맷돌을 들어 연못에 던져버리고 멍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갔다. 지금 연못 주변에 맷돌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시가미 군(具志頭郡) 긴가바루(銀河原)에 살던 부부가 하인에게 속아 이별하게 된 이야기이다.  
김용의 역 {유로설전}2010, 전남대학교출판부 
원저 鄭秉哲 외편{遺老說傳}1978, 角川書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