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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타락승(補陀落僧)과 요자 노로(与喜屋祝女)의 죽음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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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나카구스쿠 군(仲城郡) 쓰하 촌(津波村)에 한 승려가 살았다. 그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보타락승(補陀落僧)이라 불렀다. 항상 요자 노로(与喜屋祝女)와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보타락승이 우연히 노로(祝女)의 집을 찾아왔다. 노로는 다른 사람을 물리치고 그를 방으로 맞아들여 차를 대접했다. 그때 여덟 살 된 여자아이가 얇은 치마를 걸치고 몸을 드러내고서 자리에 나타나서 승려 앞에서 장난을 쳤다. 노로가 이를 보고 “너는 무엇 때문에 무례하게도 이 자리에 나와서 장난을 치느냐. 즉시 밖으로 나가 사라지거라.”하고 야단을 쳤다. 여자아이는 원망하면서 밖으로 나가다 밖에서 돌아오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그 아버지에게 조금 전의 일을 고하였다. 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심히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를 책망하여 묻기를 “너는 못된 중놈과 사통(私通)을 하였구나. 무슨 까닭으로 아이를 밖으로 내쫓았는가?”라고 하였다. 노로가 대답하기를 “저는 지금 노로가 되어 신을 모시는 몸입니다. 어찌 다른 사람과 사통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어린 아이의 고자질을 믿고서 저를 욕되게 하고 능멸하십니까?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겠습니까?”라고 끊임없이 저주하였다. 마침내 스스로 젖가슴을 물어뜯고 죽었다.
승려도 또한 오명을 뒤집어쓴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즉시 본사(本寺)로 돌아와서 황금을 남김없이 모아 쓰하(津灞)‧이토카마(糸蒲)에 있는 우타키(御嶽) 안에 매장하고 궤짝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절에 불이 났다. 어린 중들이 이를 보고 서둘러 절 안으로 들어가 그 궤짝을 짊어지고 나왔다. 궤짝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시체는 보이지 않고 그저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옛날에 나카구스쿠 군(仲城郡) 쓰하 촌(津波村)에 보타락승(補陀落僧)이라 불리는 한 승려가 살았는데, 요자 노로(与喜屋祝女)와 친하게 지냈다. 남편이 아내 요자 노로의 행실을 의심하며 모욕하였고, 아내는 분개하여 자살하였다. 이에 의심을 받던 보타락승(補陀落僧)도 궤짝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데,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시체는 보이지 않고 그저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김용의 역 {유로설전}2010, 전남대학교출판부 
원저 鄭秉哲 외편{遺老說傳}1978, 角川書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