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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전>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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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길동이 양인(兩人)을 죽이고 건상(乾象)을 살펴보니, 은하수(銀河水)는 서로 기울어지고 월색은 희미하여 수회(愁懷)를 돕는지라. 분기를 참지 못하여 또 초란을 죽이고자 하다가, 상공이 사랑하심을 깨닫고 칼을 던지며 망명도생(亡命圖生)함을 생각하고, 바로 상공 침소에 나아가 하직을 고코자 하더니 이 때 공이 창외(窓外)에 인적이 있음을 괴이히 여겨 창을 열고 보니 이 곧 길동이라. 인견(引見)하여 가로되, “밤이 깊었거늘 네 어찌 자지 아니하고 방황하느냐?” 길동이 복지(伏地)하고 대답하여 가로되, “소인이 일찍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을 만분지일(萬分之一)이나 갚을까 하였더니, 가내에 불의지인(不義之人)이 있사와 상공께 참소하고 소인을 죽이려 하오매 겨우 목숨은 보전하였사오나, 상공을 모실 길 없삽기로 금일(今日) 상공께 하직을 고하나이다.” 하거늘, 공이 크게 놀라 가로되, “네 무슨 변고가 있관대 어린 아이 집을 버리고 어디로 가려 하느냐?” 길동이 대답하여 가로되, “날이 밝으면 자연 아시려니와, 소인의 신세는 부운(浮雲)과 같사오니 상공의 버린 자식이 어찌 방소를 두리이까?” 하며 쌍루(雙淚)가 종횡(縱橫)하여 말을 잇지 못하거늘, 공이 그 형상을 보고 측은히 여겨 개유(開諭)하여 가로되, “내 너의 품은 한(恨)을 짐작하나니 금일로부터 호부 호형(呼父呼兄)함을 허(許)하노라.” 길동이 재배하고 가로되, “소자의 일편지한(一片至恨)을 야야(爺爺)가 풀어 주옵시니 죽어도 한이 없도소이다. 복망(伏望) 야야는 만수무강하옵소서.” 하고 재배 하직하니, 공이 붙들지 못하고 다만 무사함을 당부하더라.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 중에서 서자인 길동이 아버지에게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길을 떠날 뜻을 밝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