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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집 앞

애(哀)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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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 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기형도의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린, [그집 앞]의 전문이다. 실연당한 젊은이의 슬픔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느 겨울날 너무나 가까운 사이라 믿고 여러 사람이 같이 어울린 술집에서 여자에게 실수를 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한탄하지만 떠나간 그녀는 돌아오지 않고, 그는 그녀를 잊고자 하지만 잊지 못한다.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김현,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 한 젊은 시인을 위한 진혼가], {말들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