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이광수 {유정}에서

애(愛)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이른바 사랑 -- 사랑이란 말은 종교적 의미인 것 이외에는 입에 담기도 싫어하던 말이다 -- 이란 것은 내 의지력과 자존심을 녹여 버렸는가. 또 이 부자연한 고독의 생활이 나를 이렇게 -- 내 인격을 파괴하였는가.
그렇지 아니하면 내 자존심이라는 것이나, 의지력이라는 것이나, 인격이라는 것이 모두 세상의 습관과 사조에 휩쓸리는 것인가. 남들이 그러니까 -- 남들이 옳다니까 -- 남들이 무서우니까 이 애욕의 무덤에 회를 발랐던 것인가. 그러다가 고독과 반성의 기회를 얻으며 모든 회칠과 가면을 떼어버리고 빨가벗은 애욕의 뭉텅이가 나온 것인가.
그렇다 하면, 이것이 참된 나인가. 이것이 하나님이 지어 주신 대로의 나인가. 가슴에 타오르는 애욕의 불길 -- 이 곧 내 영혼의 불길인가.
어쩌면 그 모든 높은 이상들 -- 인류에 대한, 민족에 대한, 도덕에 대한, 신앙에 대한, 그 높은 이상들이 이렇게도 만만하게 마치 바람에 불리는 재 모양으로 자취도 없이 흩어져버리고 말까. 그리고 그 뒤에는 평소에 그렇게도 미워하고 천히 여기던 애욕의 검은 흙만 남고 말까.” 
존경을 받는 지식인이자 교육자인 주인공이 수양딸인 정임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느끼는 고뇌를 묘사한 대목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을 억제하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아오르는 감정에 고뇌하고 있다. 결국 그 사랑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음을 깨닫고 주인공은 죽음을 택한다는 점에서 그 사랑은 엉켜 있다. 
이광수, {유정}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 미지북스(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