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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옥, [무진기행]

애(愛)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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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서울에 가고 싶지 않아요] 나는 여자의 손을 달라고 하여 잡았다. 나는 그 손을 힘을 주어 쥐면서 말했다. [우리 서로 거짓말은 하지 말기로 해.] [거짓말이 아니에요.] 여자가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개인 날> 불러 드릴께요.] [그렇지만 오늘은 흐린걸.] 나는 <어떤 개인 날>의 그 이별을 생각하며 말했다. 흐린 날엔 사람들은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가까이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 주기로 하자.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대목이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은, 고향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그녀와의 사랑은 그에게 분명 어떤 만족감을 주지만, 그것은 조만간 서울로 돌아가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예된 만족감이다. 결국, 그는 다음날 서울 집으로부터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서울행 버스를 탄다. 버스 창문으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읍니다>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그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김승옥, [무진기행](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