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 성장할 여지를 찾아내지 못한 두 사람은, 내부를 향해 깊숙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활은 폭이 좁아질수록 깊이를 더해갔다. 그들은 6년 동안 세상에서 산만한 교섭을 찾지 않는 대신, 그 6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서로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의 생명은 어느 틈엔가 서로의 밑바닥까지 파먹어 들어갔다. 그 두 사람은 세상에서 보면 분명 두 사람이었으나, 서로가 볼 때는 도의상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였다. 두 사람의 신경을 이루고 있는 신경계는 마지막 섬유질에 이르기까지 서로 부둥켜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그들은 커다란 水盤 밖에 떨어져 있는 두 방울의 기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물이 튀어 생긴 물방울 두 개가 한 군데로 모여든 것이라기보다, 물이 튀면서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져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쪽이 타당할 것이다. 이 포옹 속에서 그들은 여느 부부들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든 친밀감과 포만감 그리고 동시에 권태로움을 소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