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나츠메 소세키, {문}의 일부

애(愛)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외부로 성장할 여지를 찾아내지 못한 두 사람은, 내부를 향해 깊숙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활은 폭이 좁아질수록 깊이를 더해갔다. 그들은 6년 동안 세상에서 산만한 교섭을 찾지 않는 대신, 그 6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서로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의 생명은 어느 틈엔가 서로의 밑바닥까지 파먹어 들어갔다. 그 두 사람은 세상에서 보면 분명 두 사람이었으나, 서로가 볼 때는 도의상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였다. 두 사람의 신경을 이루고 있는 신경계는 마지막 섬유질에 이르기까지 서로 부둥켜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그들은 커다란 水盤 밖에 떨어져 있는 두 방울의 기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물이 튀어 생긴 물방울 두 개가 한 군데로 모여든 것이라기보다, 물이 튀면서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져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쪽이 타당할 것이다. 이 포옹 속에서 그들은 여느 부부들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든 친밀감과 포만감 그리고 동시에 권태로움을 소유하고 있었다.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 {문}에서 주인공 소스케와 부인 오요네 사이의 관계를 묘사한 대목이다. 친구의 여자였던 오요네를 사랑한 소스케는 결국 오요네와 결혼한다. 친구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결혼하기에 이른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연정일 것이다. 난관을 무릅쓰고 결혼한 둘은 여느 부부한테서 찾아보기 힘든 친밀감과 포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사랑의 댓가는 두 사람을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킬만큼 컸고, 그 결과 그들은 사회의 눈을 피해 살아가야 했다는 점에서 사랑의 결과는 엉킴이다.  
나츠메 소세키, {문}, 유은경 역, 향연(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