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며 문맹인 어머니를 책망했었네. 어린 날 수업 참관일의 나. 반도 저 멀리 넘어온 자의 숨결을 느끼노라. 아버지의 등 만질 때마다. ‘일본 남자는 사랑하지 마’라며, 아버지 손에 몇 번이고 맞았다 언니도 나도. 젊은 날에는 함바의 인부였던 울 아버지도, 병이 깃드니 품 안에 들 정도로 작아졌구나. 일본 남자는 모두 비겁자, 겁쟁인 것을, 일본 남자만 사랑하고서 알았네.
이 존자(이정자의 일본식 발음) 아니면 이정자, 혹은 카야마, 어떤 게 이름인지 아들이 묻네. 자식을 낳았네. 조국을 알지 못하는 자식을 낳았네. 어미는 맘속으로 하늘에 죄를 묻노라. 열여섯짜리 아들, 아직 세상을 모르는 아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문 날인. 귀를 적시는 말이 있었네. 귓전에 반짝이는 눈물이 있었네. 살아가고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