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당신없이 산다는 이 사실만으로 대접을 하여주지 않습니다. 건전한 한 사람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말씀이지요. 진학문제만 하여도 입학원서를 쓸 때에 혼자 사는 여자의 자식은 경제적으로 곤란하다는 선입관념에서 행여 입학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하여 허위로 기재하였습니다. 딸아이의 결혼문제에 있어서도 아버지 없는 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혼을 여러 번 거절당했습니다. 관청에 볼 일 보러 갈 때, 치마를 두른 여인이기 때문에 업신여김을 받고, 대등히 할 수 있는 사무처리 등에도 남자를 내세우라 할 때에는 어떤 의분조차 느꼈습니다.
한국전쟁 ‘미망인’들은 남편의 부재, 보호받을 울타리의 부재로 인해 많은 사회적 고통과 슬픔에 직면해야 했다. 특히 위 수기의 주인공은 남편이 죽은 후 9년 간 자식들과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진학과 결혼문제, 관청출입 문제 등이라고 회고하면서, 당시 사회적 선입견과 차별 속에서 미망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슬픔과 한을 토로하고 있다.
이주현, [미망인의 수기: 꿈 속에라도 돌아오소서], {여원} 1959년 6월호, 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