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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를 잃은 슬픔

애(哀)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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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一日壬戌聞房上舍克智訃音嗚呼克智死矣其命耶其運耶斯人至於斯 天道難諶固如是乎克智名處仁己酉生少而英偉學科業中丙子進士 卓然易轍一向志學師事來庵寒岡兩先生力學篤志晝夜不怠?然 有出塵之想結廬于智異山下岳陽之南下川之上凡然端坐講 (磨+?)磋 切訓誨蒙士久而不倦養眞山居游心千古博覽群書硏究義理濡 焉有餘厥問四馳再除缺?不起盖其素志不在是也每歎風樹之早 尤篤五十之慕敬事其兄友愛之至人無間言常語余曰吾卜居山中 久離伯氏不如謝山歸來以成一家之樂云云孝友之情食息不忘故也 癸巳之亂賊陷晉城?入山中數椽草室爲賊所焚?家累避入頭 流山由般若峯穿雲峯到栢田于時余亦避亂往白雲山相對談話 有若九原人喜慰咨嗟肝膽相照也因欲卜居于白雲山紫芝洞再尋山 ?記其可觀而語余曰此吾晩年事業也君其共之乃其天性樂於山
水不喜於塵喧也不事家人生業簞瓢累空而怡然不以爲念處貧而 樂處困而亨者方之古人鮮有其倫矣乙未春携妻子往求禮縣僑寓 半歲?氣大熾避寓遷次求禮?素有舊邀之客?因得瘡癰以 六月十八日卒于公舍嗚呼哀哉弘毅之量超卓之識??之論??之 形今不可復見絶絃之哭何可量也世亂路遠亦未能奔哭 (子+僉)襲尤不 勝南望嗚咽之至僅錄其言行梗?至於公平生工力之處必有能記之者矣  
상사 방극지의 부음을 들었다. 아! 극지가 죽었구나! 천명인가, 운명인가. 이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하늘의 도는 믿기 어려움이 진실로 이와 같은가. 극지의 이름은 처인이며, 기유년(1549)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영특하였고, 과거 공부를 하여 병자년(1576)에 진사에 합격하였다. 과감하게 길을 바꾸어 오로지 학문에만 뜻을 두어, 내암. 한강 두 선생을 사사하였다. 배우기를 힘쓰고 뜻을 돈독하게 하여 밤낮으로 게을리하지 않았다. 홀연히 속세를 벗어날 생각이 있어서, 지리산 아래 악양의 남쪽 하천 가에 집을 짓고 살았다. 우뚝하게 단정히 앉아 절차탁마하고, 학식 없는 선비들 가르치기를 오래 해도 따분해 하지 않았으며, 참된 성품을 기르면서 산에 살아도 마음은 천고에 노닐었다. 많은 책을 두리 읽고 의리를 연구하되 물이 스며들듯 매번 부모님을 일찍 여읜 아쉬움을 탄식했으며, 50살이 되어서도 더욱 부모를 그리워하였다. 형을 공경히 섬기어 우애가 지극하니, 남이 이간질하지 못하였다. 항상 나에게 말하길, 나는 산중에 복거하여 오래도록 백씨를 떠나 있으니, 산을 버리고 돌아와 한 집안의 즐거움을 이루느니만 못하다고 하였다. 효도하고 우애하는 마음을 밥 먹고 휴식하는 동안에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사년(1593)의 난리에 적이 진주성을 함락하자 산속에 깊이 들어갔는데, 조그마한 초가집마저 적에게 불타버리자 가족을 이끌고 여러 번 피하여 두류산에 들어갔다가, 반야봉으로부터 운봉을 거쳐 백전에 도착했다. 이때 나 역시 피난하여 백운산으로 갔다가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구원인을 만난 듯이 반갑게 위로하고 탄식하며 속마음을 숨김없이 서로 털어놓았다. 그래서 백운산 자지동에 복거하기 위하여 산경을 다시 찾았는데, 볼만한 곳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에게 말하기를, '이는 나의 만녀 사업이다. 그대도 함께 하자.'라고 하였으니, 곧 그의 천성이 산수를 좋아하고 속세의 시끄러움을 싫어했기 때문다. 집안 사람의 생계를 돌보지 않아서 가난한 생활에 끼니를 자주 걸러도 편안히 여기고 괘념하지 않았다. 가난에 처하여도 즐겁고 곤궁에 처하여도 형통한 것은, 그를 옛사람과 견주어도 짝할 만한 이가 드물 것이다. 을미년(1595) 봄에 처자를 이끌고 구례현으로 가서 타관살이를 한 지 반년만에 역질이 크게 번져, 집을 수 차례 옮겼다. 구례의 수령은 본래 친분이 있었으므로 그를 객관에 맞이해 들였다. 곧이어 창옹에 걸려 6월 18일에 공관에서 죽었다. 아! 슬프도다! 넓고 씩씩한 도량과 탁월한 식견, 굳센 논변, 우뚝한 모습을 이제 다시 볼 수가 없으니, 친구를 잃은 슬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세상이 어지럽고 길이 멀어 또한 달려가서 곡하고 염습할 수도 없으니, 더욱 남쪽을 바라만 보고 오열하는 지극한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다. 겨우 그 언행의 대강만 기록하지만, 공의 평생 공력에 대하여서는 반드시 이를 잘 기록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고대일록 제 2권, 을미, 6월 21일 임술 
정경운 지음, 남명학연구원 옮김, {고대일록} 상, 하, 태학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