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밖 씨는 아들의 유골가루를 싼 흰 종이를 풀고 잿빛가루를 한줌 한줌 쥐어 하염없이 (임진강) 샛강 위에 뿌렸다. ‘철아, 잘 가그래이……’ 아버지 박 씨는 가슴속에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박 씨는 끝으로 흰 종이를 강물 위에 띄우며, ‘철아, 잘 가그래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다이……’라고 통곡을 삼키며 허공을 향해 외쳤다. 이를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은 흐느끼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위 내용은 1987년 1월 17일 {동아일보}에 실린 故 박종철의 장례 모습에 관한 기사이다. 전날 화장에 반대하며 울부짖다가 기절한 박종철의 어머니가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 “박 씨”는 경찰의 강요에 의해 화장을 하고, 아들의 유골가루를 임진강에 뿌리면서 ‘철아, 잘 가그래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다이……’라고 통곡을 삼키며 허공을 향해 외치고 있다. 군사정권의 고문에 의한 억울한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진상이 은폐된 채, 주먹으로 책상을 ‘탁’치자 ‘억’하며 쓰러져 죽었다는 거짓 해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자식을 보내야 하는 부모의 가슴 저미는 슬픔이 통곡으로 이어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