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들쳐 업고 바닷가를 걸었었다. 옷보따리 옆에 끼고 山脈을 넘었었다. 맹물로 목추기며 낯선 길을 헤맸었다. 흰 옷 입고 헤어진 사람은 흰 옷소매만 생각이 나고, 고무신짝 끌고 가다 헤어졌으면 그 고무신짝 코끝만 생각이 났다. 우리가 버린 땅 우리가 버린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고 온 그 山河, 두고 온 그 兄弟姉妹는 또 어떤가. 지금도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바람을 타고 넘어온다. 꼭 한번은 다시 만나 손을 잡고 울고 싶은 사람들. 어쩌면 저 분이 내 아버진가, 어쩌면 저 분이 내 어머닌가, 저 크고 널찍한 어깨의 청년이 내 자식인가, 저 꽃같은 얼굴이 내 딸인가. 오다 가다 문득 만나는 구름같은 사람들, 모두 제 갈길만 분주히 걸어가는 낯선 사람들, 낯선 사람들, 山河여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山河여 너는 알리라 내 血肉을- -朴成龍
대한적십자사가 1978년에 이산가족들의 편지와 수기를 모아 발행한 {望鄕記}라는 책의 속지에 실린 시 작품으로, 한국전쟁기 피난길에 이별한 혈육과 떠나온 고향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음 를 통해 혈육에 대한 이별과 가족의 이산을 슬퍼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