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애통해 하는 전교를 내려 중외에 효유하였는데, 그 내용에 “민망하게도 덕없는 내가 큰 기업을 이어 받아 백성을 사랑하는 뜻은 간절하나 썩은 고삐인지라 잘 몰아갈 수 없었으며, 풍속을 돈후하게 가르치려고 하여도 헝클어진 실타래인지라 다스리는 효과가 없었다. 지난번 국가의 운명이 거듭 비색함으로 인하여 역적의 무리가 연달아 일어났다. 초(楚)나라 감옥처럼 빈번한 형벌에 옥석(玉石)이 함께 불타는 일도 있었을 것이며 정(鄭)나라 역사처럼 넘치는 법률에 경중(輕重)의 착오도 간혹 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도깨비 지역에 던져진 몸은 풀려 돌아가리라는 소망이 단절된 지 오래되었고, 가시 울 속에 국한된 그림자는 법망이 풀리리라는 헛된 바람만 간절하였을 것이다. 원한 품은 해골은 스산한 귀화(鬼火)만 자생하고 원통함을 외치니 싸늘한 서리는 몇 번이나 내렸겠는가. 주(周)나라의 세열(歲茢)) 로도 떨쳐 버리지 못하는데 위(衛)나라의 성규(星圭)인들 어떻게 측량할 수 있겠는가. 어려운 시기에 힘겨운 거사인 줄은 이미 알지마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재물도 힘도 다 바쳤으니 수고로워도 쉴 수가 없다. 오직 저 외부의 관원과 변방의 장수는 도백(屠伯) 과 도신(盜臣)이 많으니 남의 상자나 주머니를 열고 더듬는 것으로는 계학(溪壑)같은 욕심을 채우기 어렵고 껍질을 벗기고 뼈를 부순다 하여도 이익이라면 치수도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서민의 집은 텅텅 비어 가시밭에도 살 수 없음을 탄식하고 창생은 흩어지며 초목의 지각없음을 부러워한다. 정치는 뇌물로 이루어지니 진(晉)나라처럼 문란하기 시작함이 마땅하고 칭찬은 선물로 인하여 들리니 제(齊)나라처럼 지탱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그 부모된 이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신하를 대하며 항상 가슴이 아프다. 더구나 서정(西征)의 큰 싸움은 동쪽을 염려하는 명나라의 깊은 근심을 덜어 주기를 바랐는데, 수만 명의 생명이 반이나 모래밭에 피를 흘렸고 팔천 명의 정예 부대는 모두가 오랑캐의 포로가 되었으니, 꿋꿋한 영혼은 아직도 고향을 생각하는 꿈이 있을 것이며 고아나 과부는 아득히 바라보며 통곡하는 슬픔을 어떻게 견디겠는가. 강홍립 등의 원군 출정에서 패하자 전투에서 죽은 영혼을 어루만지고 고아나 과부의 슬픔을 공감하며 함께 근심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