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태자가 창화백(昌化伯) 우(祐)의 딸에게 장가들어 비(妃)를 삼았는데, 이때에 와서 최충수가 그 딸로써 태자의 비를 삼고자 하여 왕에게 굳이 청하니, 왕이 기뻐하지 않았다. 충수가 나인(內人)에게 거짓으로 말하기를, “왕께서 이미 태자비를 내보냈느냐?" 하므로, 나인이 왕에게 고하니, 왕이 마지못해서 비를 내보내고는, 목이 메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왕후도 눈물을 흘리니, 궁중의 사람이 모두 눈물 닦기를 그치지 않았다. 비(妃)가 드디어 미복(微服)으로 밖으로 나가니, 충수는 곧 날을 받고, 공장(工匠)을 모아 장구(粧具)를 많이 준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