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이상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거울>이라는 시이다. ‘나’와 ‘거울속의나’는 자아 정체성의 위기를 공간적 구도를 통해 제시해 놓은 것이다. 이 작품의 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나’와 ‘거울속의나’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거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나’와 ‘거울속의나’는 본질과 현상의 관계일 수도 있고, 대상의 이중성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두 개의 ‘나’ 사이의 존재의 불일치이다. 이 불일치는 대칭이라는 기하학의 기본적인 공리를 부정하는 것이며, 그러한 부정을 통하여 자아의 절대성마저도 거부한다. 둘 사이에 악수가 성립되지 않는 데서 정체성의 위기가 드러나며, 존재론적으로 불안전한 실존적인 의식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